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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소 공산당대회 “개혁” “분열” 갈림길(뉴스파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동ㆍ서독 국경개방 사실상 「하나의 독일」로/검은 대륙 아프리카까지 개방물결 넘실
독일통일과 소련 공산당의 개혁진통이 역시 지난 한주일 동안 외신의 가장 큰 관심사였다.
그동안 연기냐 강행이냐를 놓고 공산당 보수파와 개혁파간에 첨예한 대립을 보여왔던 제28차 소련 공산당대회는 29일 열린 당중앙위 전체회의에서 예정대로 7월29일 개최키로 함으로써 일단 보수파가 제1라운드에선 승리를 거뒀다.
대회소집 시기를 놓고 옐친을 중심으로 한 당내 급진개혁파는 연기를 계속 주장해 왔고 보수파는 러시아 공산당대회에서의 승리여세를 몰아 예정대로 개최할 것을 주장해 왔던 것이다.
고르바초프 소 대통령은 틈바구니에 끼어 명백한 태도표명을 유보해 오다가 결국 중앙위 결과대로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이번 당대회는 소련 공산당의 장래를 결정한다는 뜻에서 과거 어느대회 보다도 의의가 크다고 보겠다.
지난 2월 공산당 1당독재를 포기한 이후 「혁명적 권위당」에서 「의회민주주의 정당」으로 탈바꿈,페레스트로이카(개혁) 추진의 선구로서의 위치를 정립해야 할 공산당으로서는 과연 새로운 정당으로 거듭 날 수 있느냐,아니면 사분오열의 길로 가느냐는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급진개혁파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민주강령그룹은 만약 이번 대회에서 당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탈당하겠다고 위협하고 있고 보수파는 군과 KGB내에 당조직을 계속 유지하면서 당중앙위의 지도성을 계속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파란이 예상되고 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당분열을 막기 위해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만약 양파의 대립을 조정하는데 실패한다면 소련정치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들 것이고 이렇게 되면 결국 이 영향은 소련국내문제로 그치지 않고 국제정세 전반에 큰 동요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고르바초프를 도와주는 것이 세계평화를 유지하는 가장 확실하고도 분명한 선택이 된다는 진리를 실감케 할 것 같다.
마지막 변수가 될 수 있는 소련의 정치정세가 안정된다면 이제까지 탄탄대로를 걸어온 독일통일에의 길은 계속 순탄할 것으로 보인다.
1일부터 발효된 「통화ㆍ경제 및 사회통합 협정」에 따라 동독의 마르크화는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추게 됐으며 동서독 국경의 전면개방으로 명실상부한 「하나의 독일」이 탄생하게 됐다.
아직 완전한 통합을 위해서는 정치적 통합이라는 절차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독일은 통화단일화 조치로 이미 하나의 국가가 된 것이나 다름없다.
89년 11월9일 베를린장벽이 무너진지 불과 8개월도 못돼 이같이 엄청난 역사가 이뤄진 셈이다.
베를린장벽­찰리검문소­전 국경검문소 폐쇄로 이어진 동서독간의 교류와 개방은 이제 어떤 외세의 힘이나 이데올로기로도 막지 못할 것이다.
동구권을 휩쓴 개혁과 개방의 물결은 지중해를 건너 아프리카 대륙으로까지 계속 확산됐다.
육군상사 출신의 도 대통령 하야를 외치며 일어난 라이베리아의 반정부 민주화시위와 26년간 독재아성을 구축해온 케네스 카운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봉기한 잠비아의 반정부 시위는 지난주 절정에 달해 마침내 정부군의 발포로 인한 사상자까지 발생하는 등 정정은 계속 극도로 불안한 상태이다.
라이베리아의 시위는 아직까지 도 대통령을 붕괴시킬 정도의 위력을 발휘하고 있지 못하지만 민주화라는 도도한 역사의 흐름을 언제까지 이들 독재자들이 거부할 수 있을지 의심된다.
니제르ㆍ콩고ㆍ자이르 등이 이미 민주화개혁을 약속했거나 진행중이고 카메룬ㆍ코트디부아르ㆍ가봉ㆍ짐바브웨ㆍ우간다ㆍ케냐 등에도 민주화의 불똥이 튀고 있어 머지않은 장래에 검은대륙에도 민주화 열풍이 불 것으로 짐작된다.
6ㆍ4천안문사태 이후 계속 사회주의 노선을 고수해오고 있던 중국이 지난 25일 마침내 1년 이상 북경주재 미 대사관에 피신중이던 반체제 물리학자 방려지 부부의 출국을 허용한 것도 획기적인 일이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의 끈질긴 압력에 중국이 굴복한 것이긴 하지만 방씨 부부 출국을 계기로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강경책을 점차 완화하는 조치들을 취하고 있어 매우 고무적인 상황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같은 중국의 유화정책은 서방세계의 대중경제제재 조치의 해제는 물론 경제원조의 장애요인 제거로 평가돼 국제적 해빙무드를 보다 촉진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흥길 외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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