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팀 감독도, 팬들도 "역시 이종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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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다시 이종범(36.KIA.사진)을 생각한다. KIA는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에서 한화에 1승2패로 져 2006년 시즌을 마감했다. 그러나 팀의 주장으로 키 플레이어 역할을 한 이종범은 '천재는 역시 다르다'는 찬사를 들었다.

두 번(44일)이나 2군에 머물러야 했던 이종범의 2006년은 잔인했다. "찬바람이 불면서 무너졌던 체력이 다시 살아났다"는 그는 KIA가 두산과 치열한 4강 싸움을 벌인 9월 한 달 동안 타율을 0.311(시즌 타율은 0.242)까지 끌어올리며 팀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운동을 잘하기 때문에 리더십이 더욱 탄력을 받는 스타일, 그게 이종범이다."

서정환 KIA 감독은 이종범을 이렇게 평했다. "어린 시절 혹독하게 당한 경험 때문에" 이종범은 후배들에게 군림하지 않는다. 대신 경기장에서 직접 몸으로 보여준다. 9월 16~17일(더블헤더 포함), 5위 KIA는 0.5경기 차로 앞선 4위 두산과 3연전을 했다. 이종범은 16일 경기에서 팀에 승리를 안기는 2타점 2루타를 쳤고, 그것이 기폭제가 돼 팀은 3연승을 거뒀다. 사실상 판세를 가르는 중요한 경기였다.

팀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왼쪽 허벅지의 검은색 멍은 더욱 짙어져 갔다. 슬라이딩 탓이다.

"나이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경기장에 들어서면 '주장인 내가 해내야 한다'는 생각에 몸을 던지게 된다."

준플레이오프 2차전, 한화 괴물 신인 류현진을 무너뜨린 것은 이종범의 연속 도루와 저돌적인 주루 플레이였다. 3차전 승리를 이끌지는 못했지만, 4-5로 따라붙는 2타점 2루타를 쳐내며 승부를 안개 속으로 몰고 갔다. 그의 플레이에 김인식 한화 감독마저 감동받았다. "이종범은 무서웠다. 그렇게 견제했는데도 기어코 쳐내더라."

'원조 호타 준족' '바람의 아들' 이종범의 올해 홈런은 단 한 개다. 도루도 10개에 그쳤다. 세월이 천재를 집어삼킨 것처럼 보였지만 이종범은 여유가 있다.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오버 페이스한 탓이다.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이 끝나는 내년, 나의 진가를 다시 보게 될 것이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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