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가 행동 나설 결단이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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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이 11일 워싱턴 국방부에서 한반도 야간 위성사진을 배경으로 북핵 사태를 설명하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촬영한 이 사진은 불빛으로 환한 한국과 칠흑같이 어두운 북한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잘 보여준다. 럼즈펠드는 이 사진을 자신의 책상 유리판 밑에도 펼쳐놓고 있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3월 "나는 매일 이 사진을 보며 한반도 문제를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워싱턴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11일(현지시간) 북한에 군사적 대응을 하지 않는 방안의 효과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과 같은 정권을 상대로 강력한 군사 억지력을 정면에 내세우지 않고서 실효성 있는 외교가 가능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을 받고 "아마도 그럴 것(probably yes)이다. 그러나 확실한 건 아니다. 시간이 말해줄 것(time will tell)이다"라고 답했다.

럼즈펠드는 이어 "세계의 (북한 핵 개발 반대) 의견을 지렛대로 삼아 북한의 진로를 바꾸기 위해 다른 나라들을 동원하고 있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생각은 옳다"며 "유엔에서 (북한을 제재하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는 매우 적절하다"고 언급했다. 하루 전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우방과 미국의 국익을 지키기 위해 모든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북한을 침공할 의사는 없다"고 못박았다.

럼즈펠드 장관은 '심각하게 궁핍한 데다 정권 생존에만 관심이 있는 북한을 상대로 제재가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다시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고 응수한 뒤, "국제사회의 일치된 협력만이 문제를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군사조치가 빠진 대북 압박이 성공하기 위해선 ▶북한의 위협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통된 인식 ▶안보를 위해 경제적 기회를 포기해야 하는 관련국의 의지 ▶위협이 현실화되기 전에 모든 국가가 행동에 나서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의 핵실험 진위를 묻는 질문에는 "정보기관들이 분석 중"이라고만 답했다. 그는 북한과 이란을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퍼뜨리는 '확산국'이라고 지목하면서 "그들은 다른 나라와 일부 (테러)조직 등에 (대량살상무기를) 퍼뜨려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흐름이 계속되면 핵 보유국 증가로 몇 년 뒤엔 핵 문턱(the nuclear threshold)이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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