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정책 실패했다는 해괴한 이론 돌아다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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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얼굴) 전 대통령이 11일 "햇볕정책이나 대북 포용정책을 수정하거나 포기해서는 결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 전 대통령은 광주 전남대 특별강연에서 "햇볕정책은 남북 간에 분명히 성공했고, 포용정책을 포기하면 (북핵 문제는) 더 악화된다"며 "책임은 미국과 북한에 있는데 햇볕정책 탓으로 돌리는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그는 이날 오전 노무현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공개하며 "노 대통령에게 '포용정책은 긴장을 완화시켰는데 무슨 죄가 있느냐'고 말했다"며 "노 대통령도 '전적으로 동감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다음은 김 전 대통령 강연과 이어진 일문일답의 주요 내용.

▶햇볕정책 죄 없다="요새 '햇볕정책이 실패했다'는 해괴한 이론이 돌아다닌다. 그러나 북한이 남한의 햇볕정책 때문에 핵개발을 하겠다고 한 적은 없다. 미국이 못살게 굴어서, 살기 위해서 마지막 수단으로 핵 개발을 한다고 그런다. 그런데 왜 죄가 없는 햇볕정책을 탓하나.

햇볕정책은 남북 간에 분명히 성공했다. 더 성공할 텐데 북.미 관계 때문에 못했다.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햇볕정책이 잘못됐다고 선언하고 금강산과 개성에서 철수한다면 오히려 (문제는) 악화된다. 우리가 북한에 진출하지 못하면 북한은 중국의 지배 속으로 들어간다. 우리가 북한에 엄청난 이권을 가졌는데 왜 손을 떼고 나와야 하나. 요즘 북한엔 장사가 유행한다고 한다. 자본주의가 침투하고, 중산층이 늘어나고 그러면 정치적 자유를 요구하게 된다. 물이 스며들 듯 들어간다. 이게 햇볕정책의 결과다."

▶악마와도 대화를="북한의 핵실험은 미국의 대북 핵 정책 실패를 입증하는 것이다. 설득하고 대화해야 한다. 옳은 일을 위해서는 악마와도 대화하는 것이다."

광주=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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