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층도 치료비 일부 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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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A씨(21)는 하루에 5~6곳의 병.의원을 들르는 게 일과다. 많을 때는 하루 27곳을 방문한 적도 있다. 그가 지난해 병.의원을 찾은 횟수는 2287번. A씨의 지난해 의료비는 웬만한 중산층의 연봉 수준인 3560만원이나 된다. 하지만 그는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국가에서 빈곤층의 의료비를 전액 부담하는 의료급여 수급권자(1종)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A씨와 같은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의료 오.남용을 줄이기 위해 수급권자가 치료비의 일부를 내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유시민 복지부 장관은 10일 '의료급여 제도혁신 국민보고서'를 내고 "만성 중증질환자나 난치병 환자가 아닌 의료수급권자에게 약간의 본인부담금을 내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연간 급여일 수가 365일을 넘는 사람이나 만성 질환, 난치성 질환을 가진 수급자는 주치의를 지정하거나 정해진 병원에서만 진료를 받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재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모든 병.의원을 건강보험 가입자와 똑같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유 장관은 "예전에는 의료급여 수급권자에게 특정 병원을 지정해 다니게 했지만 차별대우라는 비판 때문에 모두 없앴다"며 "이들이 소득세를 납부해 의료급여 재정에 기여하는 중산층 국민보다 더 많은 의료서비스를 무료로 받는 게 진짜 정의롭고 평등한 일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의료급여 예산은 최근 수년간 20% 안팎의 가파른 증가율을 보였고, 올해는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4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정철근 기자

◆의료급여제=기초생활보장 수급자나 차상위계층 같은 빈곤층과 희귀 난치병 환자의 의료비를 국가가 대신 내주는 제도다. 근로 능력이 없으면 1종, 근로 능력이 있는 사람은 2종으로 나뉜다. 1종은 진료비 전액을 국가가 지급하고, 2종은 진료비의 15%를 본인이 부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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