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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속의 전원주택 타운하우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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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단독주택 단지 격인 외국의 타운하우스가 국내에도 보급된다. 사진은 용인시 동백지구에 이달 분양 예정인 세종그랑시아 견본주택.

수십 가구가 아파트처럼 편의시설을 함께 사용하며 공동생활하는 단독주택인 타운하우스가 국내 택지지구에 본격적으로 분양된다.

올 들어 하남시 풍산지구, 판교신도시 등에서 나타난 쾌적성 선호 추세를 타고 저층 주택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파트에 비해 수요가 제한돼 투자성은 불확실하다.

◆ 아파트+단독주택+전원주택?=이달 용인시 동백지구에 분양 예정인 세종그랑시아. 2개 단지에 각각 32, 23가구로 지어지는 110평짜리 단독주택이다. 2층짜리 건물로 가구별로 40평 정도의 정원을 갖는다. 손님을 맞는 리셉션 룸, 운동시설을 들인 피트니스센터, 공원 등 주민들이 공동으로 쓰는 편의시설과 공동보안시스템을 갖춘다. 관리사무소도 있다. 세종그랑시아는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택지지구 내 타운하우스다. 내년엔 같은 동백지구에서 토지공사.SK건설 등이 공동으로 설립한 모닝브릿지가 2개 단지에서 128가구의 동백아펠바움을 분양할 계획이다.

타운하우스는 공동보안.관리, 커뮤니티 시설 등 아파트의 편리성을 갖춘 단독주택이다. 2002년 남양주시 평내지구에서 단독주택 단지(포레스트힐)가 분양된 적이 있지만 커뮤니티시설 등은 갖추지 않았다. 단독주택만이 아니라 파주시 헤르만하우스와 같은 연립형 등 단독주택 변형도 있다.

타운하우스는 용인시 동백.죽전.흥덕.보라, 화성시 동탄신도시, 파주시 교하지구 등에서 잇따라 나올 예정이다. 이들 택지지구에 총 1200여 가구를 짓도록 이미 공급된 블록형 단독주택지에 지어진다. 블록형 단독주택지는 2002년 죽전지구부터 공급됐으나 법규 미비로 필지 분할이 안돼 그동안 사업이 진행되지 못했다. 4월 관련 법령이 개정돼 필지 분할이 가능해지면서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서면서 분양이 시작된 것이다.

토지공사 김동진 차장은 "일반적인 단독주택지는 아파트 근처에 평탄하게 대지조성작업을 해 공급되지만 블록형 단독주택지는 산 옆이나 구릉지에 자연지형을 그대로 살리기 때문에 택지지구에서 경관이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세종건설 박기주 부장은 "타운하우스는 계획적으로 개발돼 기반시설과 편의시설을 잘 갖춘 택지지구에 조성되는 전원주택 단지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우남건설 허재석 차장은 "땅을 딛고 사는 단독주택에 관심이 많지만 편의시설이 없고 허술한 보안 등의 문제로 망설이던 수요가 적지 않다"며 "아파트 일변도의 주택시장에서 밀려나 있던 저층 시장이 타운하우스의 등장으로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까지만 해도 동탄신도시 등에서 미분양이 잇따랐던 블록형 단독주택지가 최근엔 불티나게 팔린다. 8월 말 실시된 흥덕지구 블록형 단독주택지 분양은 최고 13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 투자보다 실수요 상품=택지지구 내 타운하우스는 이제 걸음마 단계다.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고, 아파트에 비해 수요가 많지 않아 환금성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지면적만 크게는 100평이 넘고 연립보다도 건축비가 많이 들어 분양가가 10억원을 쉽게 넘는다. 주로 택지지구 외곽에 들어서 아파트나 일반 단독주택보다 대중교통.교육여건 등에서 다소 불편하다. 그 때문에 경제력이 있으면서 조용한 생활을 원하는 장년이나 노년층이 주된 수요다.

단독주택은 그동안 집값 상승세에서 아파트에 크게 뒤졌다. 일산신도시 내 정발산공원 주변에 몰려 있는 단독주택 70평짜리의 경우 2년 전 5억원 선이던 50평형 아파트보다 2억원가량 비쌌으나 지금은 비슷한 13억원대다.

인근 마이부동산 한현동 사장은 "커뮤니티 시설 등을 갖추면 기존 단독주택보다 살기가 훨씬 편해지겠지만 고가의 단독주택 수요가 많지 않아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보다 실수요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말했다.

타운하우스는 대개 20가구 이상이어서 건축허가가 아닌 주택사업계획 승인을 받아 건축 기준이 일반 단독주택보다 까다롭다. 완공 후 증.개축을 할 때 주민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조경 면적이나 주차장 기준이 배 이상 엄격해 건축비가 올라가는 요인이 된다. 사용검사를 한꺼번에 받기 때문에 개별로 입주할 수 없다.

사업승인을 받으면 청약통장 가입자를 대상으로 분양되고 입주 때까지 1년 반가량 전매가 제한된다. 단독주택이 아닌 변형 형태의 경우 공동주택인 연립주택이나 다세대주택으로 분류돼 분양가 상한제 대상이 된다. 모닝브릿지 이광훈 사장은 "사업승인이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현실적으로 단독주택에 맞지 않는 규정이 많다"며 "타운하우스를 활성화하려면 사업승인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 타운하우스(Town House)=미국.유럽 등에 흔한 주거 형태로 우리나라에선 낯설다. 건축이나 주택 관련의 법적인 공식 용어는 아니다. 대개 공동 관리.보안시스템을 갖추고 커뮤니티시설을 공유하며 개별 정원을 갖고 함께 사는 2~3층짜리 단독주택 단지를 말한다. 단독주택 변형도 있어 파주 출판단지에 있는 헤르만하우스는 3층짜리 단독주택을 옆으로 이어 붙인 연립형이다. 동백아펠바움 일부 가구는 단독주택을 위아래로 붙인 2층 형태다. 층수가 낮은 아파트인 셈인 연립주택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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