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ㆍ언론계에 상당수/반 김일성 조직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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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루마니아 브루칸박사 내한 회견
지금까지 반체제세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에 상당수의 반 김일성세력이 있으며,이들중엔 노동당 중앙위원등 고위인사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은 미국및 유엔주재대사를 역임하고 지난해 12월 차우셰스쿠 독재정권 축출에 앞장섰던 루마니아 반체제지도자 실비우 브루칸박사가 13일 오전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밝혀졌다.
최근까지 네차례에 걸쳐 북한을 방문,북한고위지도자들과 회담하고 김일성에게 보내는 민주화요구 공개서한을 발표하기 위해 울산대 사회과학연구소(소장 김규택) 초청으로 내한한 그는 『북한 노동당에도 강력한 반 김일성세력이 있다』고 전제한 뒤 『그 숫자는 3명이지만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름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의 언론계 중진가운데도 반 김일성활동을 하고 있는 인물이 3명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 북한 반체제 인사들과 최근 평양을 비롯,런던ㆍ뉴욕ㆍ부쿠레슈티등지에서 만나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서울에 가서 김일성에게 민주화를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밝혔다.
부르칸박사는 또 『한국에서 이같은 사실이 보도되면 북측에서도 행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하고 『그러나 구체적인 계획은 북한당국의 방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브루칸박사는 『북한에는 이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비공식적 조직을 구성했다』며 『공산당 내부에 상당히 퍼져 있는 반대세력이 이일을 계기로 강력한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울러 『본인의 회견은 이들 그룹과의 약속이며 임무였다』고 밝히고 『이같은 사실을 북한의 이 그룹들이 유인물을 만들어 비밀리에 북한국민들에게 살포할 것이며 이들은 기술적으로 그러한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브루칸박사는 이같은 일이 성사된 경위에 대해 『그들이 부탁했다』고 말했다.
브루칸박사는 김일성에 대한 공개서한은 지난 3월 차우셰스쿠에게 보낸 내용과 비슷하다며 『이같은 성명은 그들을 위해 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자회견후 가진 김일성에게 보내는 성명서 발표에서 『북한과 유사한 동구의 정치체제는 모두 붕괴됐으며 북한은 붕괴가 연기된 지구상의 유일한 지역』이라고 말하고 『그러나 이러한 상태가 오고 있다는 것을 반드시 인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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