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갈수록 돈가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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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국내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은행권 대출 수요가 크지 않았던 대기업들이 4분기에는 은행에서 더 많은 돈을 당겨 쓸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 대출에 목말라해 온 중소기업의 자금 수요도 커지고 있다. 9일 한국은행이 국내 16개 은행의 여신총괄담당 책임자들을 대상으로 면담조사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 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총대출수요지수는 3분기에 12였으나 4분기 전망은 17로 높아졌다.

이 중 3분기에 0이었던 대기업의 대출수요지수가 4분기에 6으로 올라갔다. 중소기업의 대출 수요도 3분기 19에서 4분기 25로 높아졌다. 대출수요지수가 '+'면 기업의 대출 수요가 늘 것으로 보는 은행이 많고 '-'이면 대출 수요가 줄 것으로 보는 은행이 많다는 뜻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수익성 저하를 예상해 예비자금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대출 수요를 늘릴 가능성이 크다"며 "중소기업은 수익성 하락에 따른 유동성 부족으로 예비자금뿐 아니라 운전자금에 대한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의 조사에서도 중소기업의 대출 증가세가 뚜렷해졌다. 금감원이 이날 발표한 '3분기 중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동향'에 따르면 3분기 말 현재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금은 291조6000억원으로 2분기에 비해 11조원 늘어났다. 2분기에 12조7000억원 늘어났던 것을 고려하면 증가 폭이 다소 줄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15.1% 늘었다. 중소기업 대출이 늘어나면서 은행의 전체 기업 대출에서 중소기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말 85.2%에서 3분기 말에는 87.4%로 커졌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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