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펀치' 맞은 금융시장 … 전문가 긴급 진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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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가는 불투명=주가가 단기적으로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데는 대부분 의견을 같이한다. 이날 주식시장이 공황 상태로 내몰린 것도 그때문이다. 하지만 중장기적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장기적으로도 큰 부담이라는 분석과 반등할 것이라는 분석이 맞서고 있다. 부담에 더 무게를 두는 쪽은 이번 북핵 위기가 올 7월의 미사일 발사나 그전의 북핵 위기와는 차원이 다른 악재라는 주장이다.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강도를 높인 추가 제재를 준비 중이다. 여기에 중국.일본 등 국제사회도 동참할 것으로 보여 한반도는 당분간 심각한 긴장 상태에 빠질 것이란 분석이다.

박종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각국의 대응이 군사 제재까지 갈 수 있어 장기적으로도 한국경제와 주가에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의 북핵 위기도 과거와 같은 정치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단기간의 악재에 그칠 것이란 분석도 많다.

북한 핵실험의 후폭풍으로 9일 주식시장이 급락했다. 코스피 지수는 32.60포인트 하락한 1319.40, 코스닥 지수는 48.22포인트 하락한 539.10으로 장을 마감했다. 증권선물거래소 직원이 급격히 하락하는 증시 그래프를 바라보고 있다. [김태성 기자]

2000년 이후 북핵 문제가 거론된 게 여섯 차례였으나 사건 발생 이후 일주일간 주가가 내린 적은 단 한 차례였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주가가 1200선으로 떨어진 뒤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미국의 대북 공습 등 같은 극단적인 위험이 없다는 전제에서다.

◆ 환율은 오르지만, 금리는 변동 없을 듯=원화 가치도 대부분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간 저항선으로 여겨져 온 원-달러 환율 955원 선은 이날 맥없이 무너졌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외국인의 투자가 위축돼 환율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에서는 적절한 환율 상승이 수출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상재 현대증권 경제분석팀장은 "환율이 급등만 하지 않는다면 시장에서는 적당한 환율 상승에 거부감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는 일단 큰 변동이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채권시장에서는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국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대투운용 이병령 채권운용팀장은 "주식에 비해 안전자산인 채권 쪽이 당분간 강세(금리 하락)를 보일 것"이라며 "하지만 강도는 세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외국인의 움직임이 주목거리다. 국채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은 9일 개장 직후 채권을 팔았지만(1700계약 매도), 북한 핵실험 발표 직후 매수로 돌아서 되레 1200계약을 순매수했다. 아직 국내시장에서 외국인이 본격적으로 발을 빼지는 않고 있다는 의미다.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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