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핵실험 폭탄에 개미들은 '망연자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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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실험 강행으로 증시가 폭락한 가운데 증권사 영업지점을 찾은 개인투자자들은 시세판을 보며 한숨만 내쉬고 있다. 북한 핵실험이 단기적인 악재에 그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아직 미국.중국.일본이 확실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어 얼어 붙은 투심이 좀처럼 풀리지 않을 기세다.

박주창 메리츠증권 메트로금융센터지점장은 "현재로서는 북한의 핵실험 이후 정부의 향후 대응대책이나 미.중.일의 반응이 어떨지 몰라 섣불리 매매에 대응할 수 없는 어정쩡한 상황이다"며 "대부분 고객들이 현금화할 수 있는 우량주를 일부 팔고 있고 개별종목이나 코스닥종목들에 대해선 투매에 동참하는 투자자들도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동대문지점 조동운 대리도 "영업직원들 사이에서도 이번 북한의 핵실험이 쉽게 마무리될 것 같지 않다는 분위기다"며 "투자자들도 시세판만 쳐다보며 망연자실한 모습이다"고 지점 분위기를 설명했다.

SK증권 대치역지점 관계자는 "오전까지만 해도 보합세를 유지하던 지수가 오후 들어 갑작스런 북한의 핵실험으로 폭락하면서 지점 분위기가 말이 아니다"며 "보유 종목이 급락해 한숨만 쉬고 있는 투자자들이 대부분인데, 특히 미수거래 투자자들의 고민은 더 깊은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영업직원들이 점심도 먹지 못하고 앉아서 시장의 추이를 지켜 보며 투자자들과 상담을 진행하는 한편 ARS로 매도 주문을 내는 투자자들을 상대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었다"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 압구정지점 관계자는 "주식은 역시 정보 싸움인 거 같다"며 "지점을 찾은 개인투자자 가운데서도 정보에 빠른 투자자는 개장과 동시에 주식을 매도하며 손실폭을 줄였다"고 전했다. 이어 "영업직원들은 일단 고객들에게 투매에 동참하기보단 사태진전에 따른 조심스런 대응을 유도하고 있다"며 "관망하는 자세도 필요하다는 판단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해 신중한 접근을 시도하는 개인투자자들도 있다.

김선열 삼성증권 FnHonors분당점지점잠은 "전체적으로 거액투자자는 큰 동요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단기적으로 1280선까지 기다리다 추가 하락하면 우량주 중심으로 매수하겠다는 투자자들의 의견도 많다"고 전했다. 이는 과거 여러 차례 대북관련 대형 악재나 9.11등의 학습효과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고 김 지점장은 설명했다.

대우증권 강서지점 관계자는 "북한의 핵실험 소식이 전해지면서 보유 주식에 대한 문의가 평소보다 2 ̄3배 이상 늘었다"며 "대부분의 투자자가 갑작스런 시장 급락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투매보다는 상황을 좀더 두고 보자는 신중론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오후 들어 시장 하락 폭이 줄어들면서 저점 매수 시기를 저울질하는 문의도 적잖게 있었다"며 "하지만, 해외 증시의 반응을 보고 매매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투자자들이 많아 당분간 해외 시장의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고 지점 분위기를 전했다.

동부증권 잠실지점 관계자도 "처음 북한 핵실험 관련 소식이 전해졌을 때는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됐으나 이후 예상외로 차분한 분위기로 바뀌었다"며 "평소보다 1.5배 정도 매도가 많았지만 이후에는 오히려 매수시점으로 파악해 매수하려는 투자자들도 다소 있었다"고 전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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