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 실패… 후유증 심각/「12ㆍ12」 조치이후 6개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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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총통화 늘어나 물가상승 부채질/대기매물 양산 증시안정 걸림돌
89년 12월11일 8백44.75.
90년 6월11일 7백86.35.
지난해 중앙은행의 발권력까지 들먹였던 12ㆍ12증시안정화조치가 나온지 만6개월이 지난 종합주가지수의 결과치다.
당시 주가가 연9일 속락,종합주가지수 8백50선이 무너지자 「증시붕괴」의 위기감을 느낀 정부가 「무제한 주식매입자금지원」이라는 전례없는 극약처방을 내놓았지만 6개월이 지난 현재의 주가는 당시보다도 한단계 낮은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그것도 주가가 한없이 떨어지자 올들어 계속해서 ▲증권주에 대한 신용융자허용 ▲금융실명제유보 ▲실세금리인하 ▲거래세율인하 ▲증시안정기금조성등의 후속조치가 뒤를 받쳐준 결과다.
12ㆍ12조치후 만6개월이된 지금 당시 의도했던 증시부양이 실패하고 말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문제를 제기할 수 있지만 당시 무리했던 조치들의 여파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는데 더욱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시중은행을 통해 투신사들에 지원해준 총2조7천억원의 주식매입자금은 투신사들의 자금경색과 총통화량증가라는 결과를 가져왔고 이 자금들이 증시를 빠져나가 부동자금화하면서 물가불안과 부동산투기에 일조하는 엉뚱한 결과를 낳았다.
또한 정부로서는 전체적인 통화조절차원에서 통화를 다시 환수해야하는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면서 각 기관들에게 강제로 무리한 통화안정증권을 배정하기에 이르렀고 이에 따라 기관들의 자금난은 다시 가중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
더구나 시중은행들은 당시의 자금지원이 두고두고 부담이 되어 계속 지불준비금부족사태를 빚는 등 곳곳에서 자금의 흐름이 꼬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증시내부적으로도 12ㆍ12조치후 주가가 일시적으로 급등하자 그때까지의 손해를 만회해보려는 투자자들이 너도나도 증권사로부터 신용융자를 얻어 재투자를 했으나 이후 주가가 도로 하락,이때의 신용융자 매입분들이 6개월이 지난 지금 큰 매물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용융자의 상환만기일이 5개월인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12월 중순에서 말까지 융자를 얻어 주식을 샀던 사람들은 지난달중에 주식을 팔아 융자금을 갚았어야 했다.
그러나 당시의 주가수준이 9백이상이었는데 반해 지난달은 8백이하수준이었기 때문에 주식을 처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5월초만해도 1천5백35억원에 불과했던 미상환융자금규모가 지난 9일 현재 3천68억원까지 늘어났다.
결국 이들은 주가가 오를만하면 매물로 나타나 주가를 끌어내리는 대기매물인 셈이며 12ㆍ12의 여파는 앞으로도 계속 증시를 괴롭힐 참이다.
정부의 즉흥적인 조치는 결국 무리수로 나타날 수밖에 없으며 여론이란 언제든 자기 입장에 따라 무책임하게 표변하는 속성이 있음이 12ㆍ12 6개월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일 것이다.<손장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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