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막후 채널로 활용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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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미국은 이란과의 대화채널을 만들기 위해 모하마드 하타미 전 이란 대통령에게 지난달 그의 미국 방문기간 중 비밀 제의를 했다고 영국 선데이 텔레그래프가 8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한 서방 외교관은 미국이 하타미 전 대통령에게 "미국은 이란과 핵 문제 이상의 것을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말했다.

미국이 하타미를 비밀리에 접촉한 것은 이란의 핵 개발과 관련, 군사적 행동을 준비해온 미국이 외교적 압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꾸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그동안 미국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 활동을 중단할 때까지 직접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미 행정부와 하타미의 접촉은 이란의 신정주의(神政主義) 정권의 고위인사와 대화채널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미국의 대(對)이란 정책을 담당하는 니컬러스 번스 미 국무부 차관이 승인했다고 외교소식통이 전했다. 하타미 전 대통령은 1979년 이슬람 혁명주의자들의 테헤란 주재 미국대사관 점거로 양국 간 외교관계가 단절된 이래 미국을 방문한 이란의 최고위급 인사다.

텔레그래프는 또 하타미를 이란 국민과의 대화 채널로 이용하려는 것은 그의 후계자인 강경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을 고립시키기 위한 시도의 하나라고 전했다.

한 외교관은 "신정주의 지도부의 회의적인 입장 때문에 정부 내에서 실권이 없는 아마디네자드를 고립시키는 방안에 관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서방 관리들은 하타미를 아마디네자드 대통령보다 실용적인 '개혁주의자'로 보고 있다.

미국 관리들은 하타미가 귀국 후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을 경계하고 있는 신정주의 정권 고위 지도자들에게 미국과의 대화 내용을 보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하타미가 지난달 뉴욕 유엔 총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미국 입국 비자를 직접 승인했다.

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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