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시련이 그들을 세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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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2001년 ㈜새한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며 전자.정보사업을 접었다. 졸지에 직장을 잃어버린 연구원들은 퇴직금과 집 담보 대출을 자본금으로 해 반도체나 PDP.LCD 등 첨단제품 제조에 쓰이는 중간재료를 만들기 시작했다. 5년 만에 이들은 반도체 패키지용 접착테이프, 휴대전화.디지털카메라 등에 들어가는 연성회로기판(FPCB) 등 10여 가지 제품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사진). 최근 코스닥 심사를 통과해 이달 중에 상장 예정인 ㈜이녹스의 이야기다. 이 회사 장철규 대표는 "새한뿐 아니라 새한미디어.성우전자 등 외환위기 과정에서 구조조정의 아픔을 겪었던 사람들이 의기 투합해 회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회사 인지도도 낮고 자금도 모자라는 상황에서 설비부터 제품까지 모두 독자적으로 개발해 낸 바탕은 공동 운명체라는 믿음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정 대표는 덧붙였다. 이 회사 임직원들은 스톡옵션도 골고루 나눠 가졌다. 월급을 제대로 못 받아 아직도 임원 대부분이 전.월세를 산다. 하지만 지난해 214억원의 매출을 올린데 이어 올 상반기에만 130억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회사 경영은 정상 궤도에 진입했다. 104명의 직원 가운데 30% 이상이 연구 인력이고 국내외에서 39건의 특허를 따냈다. 장경호 공동 대표는 "일본 제품이 휩쓸던 IT 분야 소재시장에 우리 제품이 가세하면서 가격이 30% 이상 낮아졌다"며 "올해부터 삼성전자 등에 납품을 시작했고 수년 안에 세계적인 IT 소재업체로 거듭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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