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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위기의 여자」주부들 관람후 열띤 토론|남펀의도·이혼·부부위기에 큰 관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당신의 희생은 사랑이 아니라 추잡한 아집이었소.』『당신은 모범적인 주부라는 이름으로 가족ㅇㄹ 짓밟고…, 남편을 가강이란 이름으로 묶어놔 월급쟁이의 전달자로 만들었소.』 서울홍익태입구 산울림소극장. 지난달 11월부터 『위기의 여자』를 공연하고 있는 2백석규모의 이 극장에는 40∼50대 여성이 발디딜 틈조차 없이 들어 앉아 「한 남편이 20여년간 사랑했던 아내를 배반하는」장면에 숨을 죽인채 몰두하고 있다.
세련된 직장여성과의 사랑으로 인해 남편과 자식만을 위해 자신을 바쳐온 아내 모니크 (윤여정분)로부터 멀어져가면서 남편 모리스(이승호분)가 던지는 야멸찬 냉소가 쏟아질 때마다 일부 주부관객들은 자주 한숨과 짧은 신음소리를 내기도 하고 흐느끼기도해 남편의 외도로 인해 고민하는 중년여성들의 「위기」를 실감케 했다.
『위기의 여자』는 시몬 드보브아르 원작(오징자번역) 임영웅연출로 극단 산울림이 개관 5주년 기념 공연으로 오는 20일까지 공연예정인데 연일 주부관객들이 쇄도하는 가운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엄마는 자기 자신의 인생을 살려하지 않고 남편과 자식속으로 용해돼 버렸으니 그들이 흩어지면 당연히 부서져버리는 거예요. 엄마는 엄마 이상도 이하도 아니고…, 남의 인생을 바꿀만한 존재도 아네요.… 엄마는 자신으로부터 자기를 지키지 않은 잘못을 사죄해야해요. 』남펀의 외도로 절망하고 방황하던 모니크에게 『타인에게 짐이 되는 인생은 어느 의미에서건 부도덕하다』는 딸의 야멸찬 조언에「스스로 홀로서기」를 결심해가는 모니크에게 주부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낸다.
연극이 끝난뒤 토론의 자리에서 사회자 금종찬씨는 2백여명의 주부관람객들에게 「남편 외도에 대한 주부들의 반응」을 물었다. 이에대해 『경제력이 있으면 남편과 이혼하겠다』는 주부들이『그냥 참고 살겠다』는 쪽보다 2∼3배 많아 요즘 중년여성들의 의식구조를 대변해주기도 했다.
일부 주부들은 『남편이 외도를 아내에게 숨기고 모르는 상태에서 그냥 사는 것이 좋다』는 반응을 보여 사회자가『속고 살기 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농담을 해 주부들을 웃기기도 했다.
20년간 결혼생활을 무리없게 해왔다는 유옥순씨 (43·서울은평구불광동)는 『자신을 돌보지 않고 남편과 아이들에 대해 맹목적으로 헌신한다는 생각에만 집착할때 부담을 줄수도 있겠다는 것을 연극을 통해 깨달았다』며 『자기개발을 위한 노력을 통해 나만의 삶도 가질줄 알아야겠다』고 다짐했다.<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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