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립출판사 서점보다 많아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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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출판사는 턱없이 늘어나는데도 독자의 수요는 제자리걸음이고 상품으로 제작된책을 전시해줄 유통최종루트로서의 소매서점은 점차 수가 줄어가는등 출판엄계의 불균형상태가 심화되고 있어 문제를 던져주고있다.
이같은 현상은 세계 10대국을 자임하는 한국출판계가 명색에 걸맞는 질서를 아직 갖추고 있지 못하며 책의 제작·유통·판매라는 자체 경제구조가 지극히 비과학적이고 허약한 토대위에 서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전국을 통틀어 등록된 출판사수가 무려5천3백20개에 달하고있다. 이것은 86년말에 집계됐던 2천6백35개사에 비하면 두배 이상 늘어난 숫자다. 올해 들어서만도 지난 1월부터 4월말까지 2백6l개 출판사가 신규등록, 하루 2개사 이상이 새로 문을 여는 폭발적인 증가추세를 보여주었다.
이처럼 출판사의 신규설립이붐을 이루게 된것은 「사실상의허가제」로 운영돼 오던 출판사 설립조건이 사회 전반에 걸친 민주화 흐름에 따라 87년10월 자유등록제로 바뀌면서 비롯된 것이며 그동안의 억제정책해금이 부른 당연한 반작용적분출이란 의미를 떠는 것이다.
거기다▲날로 적체를 더해가는 고급지식인력의 대거 유입▲출판메커니즘의 단순성에 대한 오해▲비교적 적은 규모의 자본으로도 손eof수 있다는 이점▲한두권의 히트면 꾸려갈수 있다는 투기적 승부근성등 여러요인이 작용해 이같은 출판사설립붐을 부채질하고 있다는게 출판가의 대체적 시각이다.
그러나 「책을 만들어내면 팔릴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만으로 별다른 생각없이 문을 연 출판사들은 하나같이 경영상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도산으로 끝을 내는 출판사도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금년 1∼4월의 넉달 동안 문을 닫은 츨판사는 모두 34개사.
89년도 대한출판문화협회 통계에 따르면 1년동안 단 한권의책을 내지않은 이른바 「무실적 출판사」도 2천8백개나 돼 전체의 52%를 차지했다. 『이것 또한 출판사의 난립과 거기에서 필연적으로 빚어지는 과당경쟁의한 역작용일 것』이라고 한 출판인은 말한다.
출판사의 폭발적 난립이 가져오는 가장 큰 문제점의 하나는 독자수요가 출판사 증가에 맞춰 제대로 신규 창출되지 못하고 있는데다 소매서점도 오히려 수가 줄어드는 추세여서 출판계 내부에 낭비적인 경쟁을 부추긴다는 점.
전국서적상연합회의 집계로는 우리나라의 전국 소매서점수는87년에 4천6백81개이던 것이88년에는 4천8백80개로 약 2백개 늘었다가 89년에는 다시4천6백92개로 전년에 비해 약1백90개사가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회측은 그 이유를 『곳곳에 대형서점이 들어서 소매서점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있고 점포임대 가격이 턱없이 올라 서적판매로는 임대료조차 충당할수 없는 현실때문』 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우리 출판계가 당면한 이같은 불균형 상태는 이웃 일본의 현실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88년말 현재 일본의 출판사총수는 우리나라보다도 약간 적은 4천2백58개였다. 그에 비해 약간 오래된 통계이기는 하나 84년도의 전국 소매서점수는 3만5천개에 달해 이를 근거로 할때 츨판사대 서점의 상대비는 대략 1대10에 가까웠다.
출판가의 소식에 정통한 한인사는 『출판사수가 서점수보다 많은 이같은 현실에서는 책을 낸다해도 판매를 위한 전시공간을 확보할수 없으며 그러다보면 필연적으로 출판사 간에 과다경쟁이 벌어져 갖가지 불미스러운 비리가 횡행하게 될 수밖에 없다』며 『출판을 너무 쉽게 생각해 심려없이너도 나도 출판사를 설립하는 풍조는 없어져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새로 문을 열고 첫 책을 낸 C출판사 대표 P씨는 『특히 지방의 소매서점들이 전시공간이 없다는 이유로 책반입을 사절하는 경우가 많아 판매조건·수금등에서 출판사측의 양보가 불가피했었다』고 말했다. <추교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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