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북한 핵실험은 반드시 막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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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북한의 핵실험 계획 발표는 한반도 정세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지난해 이미 핵무기 보유 선언을 한 북한이지만 선언에 그친 것과 핵실험 실시는 차원이 다르다. 동북아 전체에 핵 도미노 현상을 촉발할 위험성이 크고 국제사회의 대북한 압박은 전례 없이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은 북한의 발표 직후 즉각적으로 강경 대응하고 있고, 유엔과 유럽연합.일본.중국.러시아 등도 북한에 강력히 경고하고 있다. 핵과 미사일을 무기로 한 북한의 '벼랑끝 외교'는 말 그대로 벼랑끝에서 투신(投身)하기 직전의 모양새다.

북한이 벼랑끝을 향해 치닫는 이유는 무엇일까. 북한 말대로 '미국의 압살 책동'에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수단이라는 단순한 해석부터 국제공동체와 공존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고착된 시대착오적 체제를 고수하기 위해 채택한 극단적 수단이라는 해석까지 다양하다. 문제는 북한의 의도가 아니라 그들의 그런 행동이 가져올 한반도 위기의 확대가 우리에게 크나큰 시련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할 경우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우리 역시 핵 보유를 포함한 대응책을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일본도 마찬가지요, 대만도 이에 가담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은 동북아 질서를 평화 추구적이기보다 군사적 대치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이끌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동북아 평화 정착을 결정적으로 무산시키게 되고, 우리는 가뜩이나 과중한 안보 부담을 한층 더 떠안을 수밖에 없게 된다. 나아가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이라는 민족적 염원도 더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반세기 이상 분단의 고통을 겪어온 우리로선 감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북한의 핵실험 계획 발표는 문맥상 미국이 북한과 직접 타협하지 않을 경우 핵실험을 강행한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또 핵실험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음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선택은 자명하다. 우선 북한이 기정사실화하는 핵실험 강행을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핵실험 강행으로 인한 "모든 결과에 대한 책임은 북한이 전적으로 져야 함을 엄중히 경고한다"는 정부의 대북한 경고는 시의적절한 것이다. 정부는 나아가 그 같은 경고가 말뿐인 것으로 비치지 않도록 실질적인 조치를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다음은 핵실험 이후 상황에 맞춰 기존의 대북한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는 것이 시급하다. 국제사회의 전면적인 대북 압박이 예상되는 가운데 '햇볕정책'을 지속하는 것이 과연 가능하고 타당할 것인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포함한 한.미 동맹의 변화를 그대로 추진할 것인가. 급격히 확대될 안보 위기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핵을 보유한 북한과 이웃해 살면서 경제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선 어떤 정책을 취해야 하는가. 필요하다면 과거의 첨예한 대치 상황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인가. 우리의 대북 정책과 안보.대외 정책, 경제발전 정책 전반에 걸친 전면적이고 근본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한 것이다.

북한은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핵실험을 선택한 것이라고 정당화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당국자들은 잘못된 선택이 북한 스스로는 물론 한민족 전체의 생존과 발전의 토대마저 위협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북한의 벼랑끝 전술이 민족의 장래에 파국적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는 것이다. 그런 만큼 정부는 국제사회와 공조해 북한의 핵실험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또 핵실험 계획을 기정사실화한 현 시점에서, '포용이냐 압박이냐'의 논란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북한의 핵실험 계획은 우리에게 '선군(先軍)정치'에 굴종(屈從)할 것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