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호동왕자와…」 설화주제 무용극 두편 잇따라 공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의 사랑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두편의 무용극이 잇따라 무대에 올라 무용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 국악당 소극장에서 막이 오른 국립국악원 무용단의 『호동왕자』와 오는 6월20∼24일 국립무용단이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선보이는『그 하늘 그 북소리. 』
이들 두 작품은 이제까지 소실·연극·영화 및 발레 작품으로 이미 일반에게 친숙한 소재를 통해 한국무용 1세대인 송범씨와 2세대인 문일지씨의 창작세계를 나란히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문일지씨가 구성·안무한 국립국악원 무용단의『호동왕자』(30일까지)는 아직까지 공연장을 드나든 경험이 거의 없는 10세 안팎의 어린이 및 청소년들에게 우리 전통예술의 매력을 일깨우는데 성공, 객석을 절반도 못 채우는 공연이 허다한 요즘 약 3백석의 국악당 소극장이 연일 만원을 이루었고 때로는 객석 통로에 앉아 무대를 지켜보는 관객도 있을 만큼 대성 황이었다.
이성천교수(서울대) 가작곡, 강영걸씨가 연출을 맡은 이 무용극은 백마의 익살스런 탈춤, 국립국악원에서 한국전통무용을 연수중인 중국 연변가무단 김선화씨의 이국적인 낙랑손북춤, 자명고를 칼로 찢기 전에 괴로워 어쩔 줄 모르는 낙랑공주의 마음을 빨래판 긁는 소리로 표현한 음향효과 등 흥미로운 볼거리와 들을거리가 이어져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특히 창작국악동요 『호동왕자의 노래』와 『낙랑공주의 노래』는 공연장을 나서는 어린이와 청소년관객들이 콧노래로 흥얼거리는 등 인기를 끌었으며 이 무용극의 여운을 곱씹게 해주었다.
지난74년 송범씨 안무로 국립무용단이 공연한 『왕자호동』에서 낙랑공주역을 맡았던 문씨는 이번 공연이 더욱 감회롭다며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가족과 함께 우리문학예술을 즐기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벅찼고 공연이 끝날 때마다 의상·악기·춤사위 등에 대해 쏟아지는 질문도 너무 반가워서 앞으로도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작품에 좀더 마음을 쏟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씨는 91년 『콩쥐팥쥐』이야기를 뮤지컬에 가까운 무용극으로 공연하고 그 내용을 카셋테이프와 비디오테이프로 만들어 실비로 보급, 우리 노래와 춤의 멋을 좀더 널리 심을 예정이다.
국립극장 40돌 기념공연을 겸한 국립무용단의 『그하늘 그 북소리』도 지난62년 국립무용단 창단이래 20년 가까이 이 무용단을 이끌어온 송범 단장이 연임만료 1년을 앞두고 「한국 무용계에 내놓는 마지막 작품」이라는 생각으로 2년 전부터 준비해 온 작품이어서 무용계의 기대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금까지 중편 8개작품, 장편 10개 작품 등 무용극에 남다른 열성을 쏟아온 송단장이 『약 50년에 걸친 내 무용인생에서 찾아낸 무용언어들을 모두 담아보겠다』며 8장으로 안무한 1시간4O분짜리 대작이다.
차범석씨가 대본을 쓴 이 작품은 국립국악원 무용단의『호동왕자』와 구성상 크게 다른 특징을 갖고있다. 호동왕자를 사랑하는 가상의 남장여인 「가화」에 초점을 맞춘 점이 그렇다. 박범훈교수(중앙대) 작곡, 중앙국악관현악단과 중앙대 매스터코랄 연주. 중국전통악기 적 연주자 류홍준씨도 참가한다. 〈김경희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