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장 오염물 배출… 주민 1800명 납 중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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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한 마을 전체 주민 1800여 명 전원이 부근 제련 공장에서 배출한 납에 중독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어린이 전원이 기준치인 혈액 ℓ당 100㎍ 이상의 납에 중독돼 앞으로 심각한 뇌 질환과 뇌기능 저하가 우려되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사건은 중국의 산업화 과정에서 발생한 최악의 환경오염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간쑤(甘肅)성 정부는 최근 성내 후이(徽)현 룽난(南)시 신쓰(新寺)촌 주민에 대한 집단 신체검사 결과 이들 대부분의 혈액에서 기준치 이상의 납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검사를 받은 어린이 250명 전원이 기준치 이상의 납에 중독된 것은 물론 이 중 10여 명에게선 기준치의 3~8배에 이르는 ℓ당 최저 304㎍에서 최고 798㎍까지의 고농도 납이 검출돼 곧바로 병원에 입원했다. 간쑤성의 한 관계자는 최근 신화통신에 "주민 대부분이 언제 납 중독 후유증이 나타날지 모르는 상태여서 사실상 전 주민이 입원 대상"이라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인체 혈액 내 납 함유량은 ℓ당 100㎍ 이하가 정상치며 이를 조금이라도 초과할 경우 심각한 뇌 질환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어린이의 경우 기준치를 초과하면 지속적인 신경 손상과 뇌기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현지 당국은 올 8월 어린이를 포함한 상당수 주민이 매일 구토 증세와 함께 두통과 신체 특정 부위의 통증을 호소한다며 당국에 납 중독 여부를 검사해줄 것을 요구했다.

성 정부는 조사 결과 주민들의 납 중독은 신쓰촌에서 500여m 떨어진 휘현유색금속제련유한공사의 납 제련 공장에서 배출한 오염물질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조사 결과 이 공장은 기준치의 800배가 넘는 납 오염물질을 배출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공장은 1996년부터 연평균 납덩이 4000여t을 생산해 컬러TV 브라운관 제조와 케이블 제조용으로 전 세계에 수출해 왔다.

간쑤성 후이현 정부는 주민들의 소득 증대를 위해 10여 년 전부터 중금속 제련공장을 유치해 왔으며, 지금까지 다섯 곳의 대형 제련공장을 건설해 가동하고 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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