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이젠 통일준비 할 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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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전직수반회의 참석… 두 지도자 1문1답/후쿠다 전 일총리/남북정상 마음열고 대화해야/한일관계는 전향적으로 협력강화 절실
『세계적인 변화의 물결과는 동떨어져있는 한반도 상황을 보면 안타깝다. 남북한의 최고지도자는 하루빨리 가슴을 열고 머리를 맞대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제8차 전직정부수반 협의회(IAC) 서울총회에 명예회장으로 참석중인 후쿠다 다케오(복전규부) 전일본 총리는 며칠전 총회에서 채택한 남북대화 촉구 성명의 배경을 이렇게 설명하면서 『이번 성명이 남북대화 분위기 조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그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일왕의 『통석의 염을 금할 수 없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해석을 회피하며 『진정한 마음이 담긴 표현으로 받아달라』고만 부탁했다.
­이번 노태우대통령의 방일을 맞아 아키히토일왕이 『통석의 염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 이 구절에 사죄의 뜻이 담겨있다고 생각하는가.
『아키히토천황의 진정한 마음씨가 그렇게 표현된 것으로 해석해주면 좋겠다. 나는 노대통령의 방일 직전에 한국에 왔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으나 양국관계를 새롭게 정립하기 위해 그런 발언이 나온 것으로 생각된다.』
­「통석의 염」이란 표현을 놓고 한일간 서로 해석이 달라 논란이 생길 수도 있지 않겠는가.
『앞으로의 한일관계는 전향적이어야 하며 두나라가 세계적으로 새로운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협력이 필요하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하겠다.』
­지난 24일 IAC회의에서 예정에 없던 한반도관련 성명서가 나온데는 귀하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생각에서 이 성명서 채택을 제안했는가. 혹시 우리정부의 특별한 요청은 없었는가.
『한국정부의 요청은 전혀 없었다. 정부수반들은 지난 84년 미소정상회담을 촉구하여 이듬해 이를 성사시킨 일이 있다. 이같은 전례에 따라 남북지도자들에게도 용단을 촉구한 것이다.
성명서의 핵심 내용은 남북정상회담 조속개최와 상호교류 허용이다. 한반도는 전세계적인 변혁물결과는 동떨어져 있는 것이 보기에 안타깝다. 성명채택이 한반도 변화를 촉진하는 분위기 조성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일본과 북한과의 관계는….
『남북한이 정상회담을 갖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이 일본의 역할이다.』(후쿠다씨는 이 문제에 대해 더이상의 언급을 회피했다)〈김두우기자〉
◎지스카르 전 불대통령/교류많이 가져야 통일 앞당겨/소경제개혁 실패땐 다시 냉전체제 위험
『동서독의 경험에 비춰볼때 남북한은 반드시 통일될 것이다. 그것도 일반의 예상보다도 훨씬 가까운 장래에 이루어질 것이다.』
전직정부수반협의회(IAC) 서울총회에 참석한 지스카르 데스탱 전프랑스대통령은 지난해 동독의 호네커가 『베를린 장벽이 앞으로 1백년은 더 버틸 것』이라고 호언했다가 불과 한달만에 붕괴된 사실을 예로 들며 『한국도 이제 통일에 대한 준비를 하나하나 해 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충고했다.
다음은 1문1답 요지.
­동서독의 경험에 비추어 볼때 남북한의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남북한도 독일처럼 통일이 가능하겠는가.
『통일이라는 것이 정치지도자들의 결정에 의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동서독의 경우에서 보았듯이 아래로부터,즉 국민들의 압력에 의해 통일은 불가피하게 이루어진다.
이 압력은 경제력의 차이가 벌어지고 교류가 빈번해질수록 더욱 높아진다. 이미 대단한 경제발전을 이룬 한국은 북한과 비교할때 엄청난 경제력의 차이를 보이고 있어 이점에서는 동서독의 경우와 비슷해져가고 있다.』
­그러나 북한는 동독과는 달리 폐쇄사회를 고집하여 교류를 외면해 오고 있지 않은가. 특히 외부와 정보교류를 완전히 차단하여 북한주민은 밖에서 무엇이 벌어지는지 모르고 있다.
『정보의 교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동독이 무너질 수 밖에 없었던 것도 동독주민들이 마음대로 서독 TV 등을 보면서 체제에 대한 불만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체로 국민의 힘을 얕잡아보는 경향이 있다. 중국의 천안문사태때도 그랬듯이 외부의 정보는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유포된다.
적어도 북한의 도시에 사는 주민들은 동구의 민주화등 외부소식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북한의 주민들도 그들 정부에 개방과 자유의 압력을 가할 것이다.』
­고르바초프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서방세계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금년들어 소련경제사정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고르바초프가 이를 해결치 못하면 권좌에서 물러나게되고 그렇게 된다면 세계는 다시 냉전체제로 회귀할 수도 있다. 우리는 힘이 닿는데까지 고르바초프를 도와야 한다. 특히 경제적 도움을 많이 주어야 한다.』〈유재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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