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사죄문안 미흡… 「진전」 재요구/협상 막판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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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노대통령 일 도착후라도 촉구”/야나기 일 대사가 문안전달
아키히토 일왕의 과거사 사죄발언을 둘러싼 한일양국정부간 절충이 막바지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일본정부는 23일 낮 아키히토 일왕의 사죄문안을 야나기 겐이치 주한 일본대사를 통해 최호중외무장관에게 전달했으나 가해자와 피해자,사죄의 주체,명확한 책임표명을 요구하는 우리정부의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이날 『오늘 전달된 사과문안은 우리측 요구에 못미치는 불명확한 내용으로 우리정부는 보다 명확한 책임표명이 없이는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겐이치대사에게 강력히 전달했다』고 밝혔다.<관련기사3면>
이 당국자는 『우리 정부도 각종 경로를 통해 보다 명확한 사죄표현을 일측에 요구하고 있으나 상징적 왕임을 주장하는 일본측이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고 밝히고 『오는 24일 노태우대통령의 일본도착후 일본측이 보다 진전된 문안을 다시 제시하지 않는한 노대통령도 이 문제를 다시 짚는 발언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일본측이 미흡한 사죄문안을 고수하고 노대통령이 일제침략문제를 다시 언급할 경우 한일양국간의 과거사 매듭문제는 아키히토 일왕의 사과표명에 불구,여전히 불씨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정부는 일본측이 미흡한 사죄문안과 관련,23일 이원경주일대사가 구리야마 일 외무차관을 만나 일왕의 보다 명확한 사죄표현을 요구하는 우리정부 입장을 재전달,일측 사죄문안의 조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이에앞서 지난 22일 청와대를 방문한 가이후 일총리의 특사 세지마씨에게 일측이 마련중인 사과문안이 미흡함을 지적한데 이어 같은날 박태준민자당최고위원이 방일,일정계 인사들과 연쇄접촉을 가지며 마지막 절충을 벌이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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