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 불어닥친 소 개혁바람/70여년만에 합쳐진 남북예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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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남예멘 경제파탄이 직접 계기/회교­사회주의 화합엔 갈등도
남ㆍ북예멘이 20일 군의 통합을 발표함으로써 10여년간 끌어왔던 양국 통일을 마침내 실현케 됐다.
양국은 당초 설정한 통일 시한을 6개월정도 앞당겨 21일 개별의회의 비준을 거치고 22일에는 통일의회를 구성,통일을 공식으로 선포키로 했다.
아랍권의 유일한 공산국가인 남예멘이 이처럼 이념과 종교가 다른 북예멘과 급속한 통일을 이루게된 배경은 소련 및 동구의 민주화라 하겠다.
소련의 동아프리카 전초기지로 친소고립주의를 고수해오던 남예멘으로서는 고르바초프의 신사고에 의한 개혁바람으로 인해 더이상 폐쇄적인 사회주의 노선을 견지키 어렵게 된 것이다.
남예멘은 1인당 GNP가 4백20억달러에 불과한 소련의 원조만으로는 지탱이 어렵게 됐고 대내적으로도 점증하는 개방과 빈곤탈피의 욕구를 수용치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특히 공산주의의 확산을 경계하는 사우디아라비아ㆍ쿠웨이트 등 주변 아랍국들의 압력도 통일을 가속화시킨 요인중 하나다.
통일예멘의 앞날이 반드시 순탄할 것 같지만은 않다.
지난 67년이래 20여년 이상 마르크시즘을 표방해온 남예멘의 이념과 북예멘을 이끌어온 이슬람종교가 하나로 화합하기 위해서는 적지않은 불협화음과 갈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념뿐아니라 양국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빈곤과 경제침체를 어떻게 극복해나가느냐 하는 문제도 간단치는 않다.
그러나 두나라가 3백여년에 걸친 오스만 터키의 지배,식민통치 및 분단의 70여년을 극복하고 인구 1천3백만명의 사우디반도 최대 공화국으로 부상함에 따라 앞으로 중동의 판도는 새로운 변화를 맞게될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김용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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