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CT 사용 관련법 발의 논란 '재점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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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병원 또는 한의원에서도 CT, MRI 등을 이용한 진단 및 의료행위를 할 수 있게 될까?

이 질문에 '네'라고 답할 수 있는 법안이 최근 국회에 제출됐다.

열린우리당 장복심 의원(보건복지위)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의료기사등에관한법률' 개정안을 최근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현재 의사.치과의사로 한정된 의료기사 지도권을 한의사로 확대하고, 의료기사가 의사의 '지도'가 아닌 '처방 또는 의뢰'를 받아 업무를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한의사도 방사선사를 두고 CT와 MRI를 환자진료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또 의료기사와 의사와의 관계가 수직관계(지도)에서 협력관계(처방 또는 의뢰)로 재정립돼 사실상 의료기사의 단독개원 가능성이 높아진다.

더구나 장복심 의원측에 따르면 복지부도 한의사에게 의료기사 지도권을 부여하는 문제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복지부는 장 의원측의 공개질의에 대한 답변서에서 "각종 계측화 검사기기 등을 이용한 진단 및 의료행위에 의료기사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한방의료의 과학화를 통해 질적 수준을 높이고 이화학적 검사 필요시 양방 병의원을 거쳐야 하는 불편과 의료비 중복을 피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복지부는 "양.한방 의료행위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없고, 의료인 간 이해관계가 상충하고 있어 (한의사에게 의료기사 지도권을 부여하는 문제는) 의료계 내외의 충분한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처럼 의료시장의 지각변동을 가져올 개정안이 발의되자, 의료계는 벌써부터 찬.반 양론으로 나뉘어 들썩이고 있다.

특히 한의사의 CT.MRI 사용여부는 '뜨거운 감자'다.

지금까지 한의사들은 CT, MRI 등 의료장비를 합법적으로 사용하려면 양.한방 협진을 통해서만 가능했다. 일례로 한방병원 건물 내 방사선과 등 별도로 의원을 개설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한의학계를 중심으로 한의사도 의사.치과의사와 마찬가지로 방사선사를 고용해 CT, MRI 등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지난 6월에는 CT기기를 사용한 모 한방병원이 해당 보건소에 적발돼 3개월 간 업무정치처분을 받자 이에 불복, 행정처분취소소송을 제기했다. 그 결과 1심에서는 한방병원이 승소했지만, 2심에서는 법원이 보건소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같은 달 한의사 강 모씨가 의료기사등에관한법률 제1조 등이 평등권 및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며 헌법소원을 신청하면서 한의사의 CT 사용허용 논란이 재점화된 상태다.

한의사협회 관계자는 "한의사도 한의대 재학기간 중 방사선학 등 의료기기 사용에 필요한 학문을 이수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한의사의 의료기사 지도권이 인정되지 않아 한방의료의 과학화와 표준화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으며 환자들도 이중부담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의사협회는 지난달 복지부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의사와 한의사의 의료행위는 학문적 기초가 다르고 질병의 원인, 진찰방법도 모두 다르다"며 "이런 현실을 무시한 채 한의사가 의료기사의 지도감독권을 가지면 자칫 대형 의료사고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일선 방사선사들은 어떤 입장일까.

대한방사선사협회 장윤희 교육과장은 "업무영역이 넓어지는 만큼 일자리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환영한다"며 "다만 전문지식이 부족한 의사들이 병원수익을 올리기 위해 X-레이나 CT 촬영을 남발하는 등의 문제는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장복심 의원측은 "치과에서도 CT 촬영이 필요한 부분에 한해 제한적으로 사용되는 것처럼 한의사도 똑같이 제한해 적용하면 된다"며 "구체적인 허용범위는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에 위임하는 방안 등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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