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H 카작 역사란 무엇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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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신문의 머리를 장식하는 굵은 활자들의 제목이 이제는 그리 충격적으로 다가서지 않는 것을 보니 놀라움에도 면역이 생기는 모양이다. 요즘은 하루하루를 지내는 것이 마치 전쟁을 치르는 듯하니 누군가 말한대로 가장 격렬한 역사의 변혁기에 서있음을 실감한다.
그러나 도대체 이 나라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 하는 안타까움을 우리 모두가 흔히 느끼게된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모두가 역사가로서의 상황인식을 위한 통찰력이 요청된다.
『역사란 무엇인가』의 저자 E H 카는 1892년 영국태생으로 케임브리지대학의 교수로 있으면서 현대사 그 중에서도 특히 러시아사를 전문으로 다룬 역사가였다. 이 『역사란 무엇인가』 는 1961년 케임브리지대학의 연속강연에서 발표된 것으로 후에 BBC방송을 통해서도 강연될 정도로 대중적으로 쉽게 쓰여진 것이다.
카에 의하면 역사란 「역사가와 그 사실과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의 과정이고 현재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것이다. 즉 현재는 역사가의 사상이고 과거는 사료로서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그는 역사가의 자질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는데 첫째, 사회와 역사 속에 놓에서 오는 좁은 견해를 넘어서는 능력을 갖추어야하며 둘째, 역사가는 과거에 대해 깊이와 영속성에 있어 뛰어난 통찰을 획득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미래를 올바로 투시하는데 역사해석의 객관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물론 그의 의견에는 현재로부터 과거를 해석하는데 반대하면서 미래로부터 과거를 해석하는데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과거· 현재· 미래의 상호작용의 관계에 대해 몹시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부분도 있다.
그렇지만 미래를 과학적으로 투시하는 능력과 마르크스가 제시한「실천」의 개념을 받아 들이고 강조한 카의 역사관은 극한 사고와 과격 대결이 난무하는 한반도의 몸부림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한다. 후일 역사가 (혹은 후손들)에게는 작금의 KBS제작거부사태와 현대중공업의 파업이 어떤 시각으로 비쳐질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김원용<성균관대신방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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