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주연 앤 해서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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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가 명품 프라다를 입든, '짝퉁' 구라다를 입든 뭐가 큰일이냐고? 그랬다가는 큰일나는 세계가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10월 26일 개봉)다. 원작소설은 국내에서도 젊은 여성 사이에 인기 높은 베스트셀러. 패션의 '패'자에도 관심없던 사회 초년병 앤드리아가 최고급 패션잡지에, 그것도 악명높은 편집장 미란다(메릴 스트립)의 비서 보조가 되면서 악전고투를 겪는 얘기다. 급기야 앤드리아는 일단 외모부터 바꾼다. 날씬이만 입을 수 있을 듯한 명품들을 잡지사 자료실에서 빌려입으면서다. 주연배우 앤 해서웨이(사진)를 만났다. '프린세스 다이어리'(2001년)에 나왔던 대로 얼굴은 공주 같았지만, 차림새는 명품족보다 실속파에 가까웠다.

-영화와 실제의 당신 스타일을 비교하면.

"전혀 다르다. 과장되지 않고, 단순하고, 편한 스타일을 좋아한다. 영화 초반에 앤드리아가 입는 의상이 편하다. 마크 제이콥스 같은 디자이너 옷과 대중적인 매장인 자라에서 산 옷, 또 어디 이름 모를 가게에서 산 옷을 섞어 내 스타일을 만드는 걸 좋아한다."

-좋아하는 디자이너가 있을텐데.

"샤넬. 영화에서 앤드리아가 샤넬을 많이 입어서 기뻤다. 발렌시아가, 마크 제이콥스, 존 갈리아노도 좋아한다. 하지만 그렇게 비싼 걸 언제 다 사겠나. 주로 자라에서 사입는다."

-명품에 빠진 사람들을 어떻게 보나.

"자기가 좋아하는 걸 좇는 점을 비난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유명하다는 이유만로 생각없이 사서 쓰는 건 정말 위험하다"

-영화 속 변신을 위해 체중을 5㎏나 늘였다가 줄였다던데.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오히려 힘들었던 것은 메릴 스트립과 나 자신을 비교하지 않으려는 노력이었다. 레벨이 너무 다르니까. 내가 연기를 못한다는 생각을 이기려고 애를 썼다."

-메릴 스트립도 미란다처럼 무서운 사람인가.

"전혀. 제일 다른 건 메릴 스트립은 디자이너 가게에 안 간다는 점이다. 옷에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구세군 가게에서 쇼핑한다. 배우로서 너무 존경스럽고, 재미있고, 따뜻한 사람이다."

-쇼핑의 개인적인 한도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로마에 갔는데 샤넬에 아주 예쁜 블라우스가 있었다. 세일 중인데도 무려 900달러였다. 안 샀다. 비슷한 걸 찾으면 되지 싶었다. 그런데 발렌시아가에서 정장 3000달러짜리는 샀다. 독특한 디자인이었다. 내가 산 평생 제일 비싼 옷이다."

-원작소설과 영화를 비교하면.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주요 장면.

"영화를 찍은 뒤 하루만에 소설을 봤다. 재미있는데, 책이라기 보다 인터넷 블로그 같더라. 책에 악당으로만 나왔던 미란다가 영화에서 나름의 갈등이 큰 인물이 된 게 마음에 든다."

-당신 같은 미녀도 컴플렉스가 있나.

"물론. 23년간 살면서 온갖 책에 나오는 모든 컴플렉스를 겪었다. 거울조차 보기 싫을 때가 있었다. 더 이상 그렇게 살지 않기로 했다. 자기를 긍정하는 게 힘이니까. "

-연기자가 된 이유는.

"다른 내 모습을 상상할 수 없다. 이렇게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현실보다 공상의 세계에 사는 걸 좋아했다. 자라면서 보니까 이런 생각을 예술로 승화하는 게 연기더라."

도쿄=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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