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왕 김춘삼' 폐질환 투병중

중앙일보

입력

'거지왕'으로 알려진 김춘삼(78)씨가 폐질환으로 투병중이라고 동아일보가 보도했다.

김 씨는 TV 드라마 '왕초'의 실제 주인공으로 김두한 이정재 이화룡 등과 함께 이름을 날렸던 한국의 '주먹 1세대' 중 한 명이다. 김 씨는 지난달 13일 새벽 갑작스러운 호흡 곤란으로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만성 폐색성 폐질환에 패혈증까지 겹쳐 중환자실과 일반 병실을 오가며 투병 중이다.

주치의 김영삼(호흡기내과) 교수는 "위중한 상태이지만 아주 가망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1928년 평남 덕천에서 출생한 김 씨는 8세 때 대전으로 개가한 어머니를 찾아 나섰다가 사냥꾼들에게 붙잡혀 짐승을 유혹하는 '미끼노릇'을 시작하면서 '거지 세계'에 들어섰다.

20대에 전국의 거지를 통솔하는 '거지왕'이 된 뒤 거지들이 도둑질이나 일삼아서는 삶의 가망이 없다는 생각에 거지구제사업에 앞장서면서 전설적인 인물이 됐다.

1950년대에는 전쟁고아를 수용하는 '합심원'을 전국 10여 곳에 세웠고, '대한자활개척단' 등을 운영하며 거지들의 자활 터전을 마련해 줬다. 거지와 매춘부의 합동결혼식을 주관해 수천 쌍의 부부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1994년에는 공해추방국민운동중앙본부를 설립해 총재를 맡다가 2001년부터 건강이 나빠져 활동을 접었다.

김 씨는 45세 때 15세 연하인 남윤자 씨를 만나 결혼했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10평 남짓한 다세대 주택에 살고 있는 김 씨 부부는 기초생활수급자와 국가유공자 지원금으로 겨우 생계를 잇고 있다. 지금까지 병원비 600여만 원 중 상당액은 세브란스병원이 복지기금으로 충당할 예정이지만 입원 기간이 길어지면 대책이 막막하다.

그러나 남 씨는 "영감은 평생 후회한다는 말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며 "죽어서 저승에 지고 갈 것도 아닌데 돈이 전부는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디지털뉴스[dig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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