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스캔들' 바람 타고 국화베개 경쟁 불붙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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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정치 스캔들에 힘입어 유명해진 상품이 있다. 양길승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충북 청주를 방문해 민주당 도지부 관계자로부터 선물받았다는 국화베개가 그것이다. 그 일이 보도되기 전까지만 해도 한 개 업체만이 인터넷을 통해 국화베개를 판매했다. 그러나 梁전실장의 '몰카 사건' 이 터진 후 상황이 달라졌다.

지금은 ㈜쓰리딘을 비롯해 에이스인터내셔널.코리아 메디칼엔유 등 10여개 중소업체가 국화베개 시장을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다. 해외까지 소문나 수출시장도 뚫을 태세다. 덕분에 1억원도 채 안 되던 국화베개 시장 규모는 단숨에 20억원대로 커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화는 숙면과 신경안정에 효과가 있고 숙취나 생리불순을 다스리는 한약재의 하나로 꼽혀 이를 활용한 베개 제조가 하나의 업종으로 자리를 잡은 셈이다.

국화베개를 처음 상품화한 사람은 청원군 낭성화훼단지의 신완우(48)씨. 꽃을 재배하던 신씨는 7년 전부터 말린 국화로 베갯속을 만들었다. 그러나 가격이 비싼 데다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해부터 쇼핑몰 운영업체인 ㈜쓰리딘과 손잡고 온라인 판매에 나섰다. 한 해 동안 4만원짜리 9백여개가 팔리면서 입소문을 탔다.

특히 지난 8월 언론의 주목을 받자 닷새 만에 재고 2천개가 동이 났다.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하기가 벅차 ㈜쓰리딘은 한약재 수입상과 함께 약재용 중국산 국화를 들여와 베개 생산을 늘렸다. 국산 국화 공급이 달렸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는 제대로 말리지 않은 꽃송이가 썩을까봐 소금에 절인 채 들여와 국내에서 건조한 뒤 향수를 뿌리는 방법으로 상품을 만들고 있다. 쓰리딘의 정진근 대표는 "국산 국화로 만든 베개는 다음달 중순쯤부터 제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화베개에 들어 가는 꽃송이는 5백~1천개. 8월까지만 해도 4만원선에 판매됐으나 지금은 두배 수준인 7만~8만원선에 거래된다.

청주=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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