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사막 주민도 우리 장비로 전화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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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아프리카 수단의 사막 한가운데 있는 작은 마을도 우리 기술 덕에 전화할 수 있습니다."

교환기.위성수신 시스템 등 통신장비 전문업체인 머큐리의 한정기(47)엔터프라이즈 본부장. 수출 책임자인 그는 세계를 누비는 '정보기술(IT) 장돌뱅이'다.

미국.중국.유럽뿐 아니라 에콰도르.과테말라.키르기스스탄.카메룬 등 중남미.중앙아시아.아프리카 등 지구촌 60여개국을 누비며 국산 통신장비를 수출했다. 이 중 20여개국에는 그의 손을 거쳐 전화교환기가 설치됐다. 그가 수출한 광케이블의 길이는 1백만㎞로 지구둘레의 25배에 해당한다.

韓상무는 "특히 1998년 수단 사막의 48개 마을에 통신 시설을 설치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다.

"사막을 하루 종일 차로 달려야 이를 수 있는 지역들이어서, 설치반이 일단 출발하면 전화 개통을 마치고 그 전화로 설치 보고를 하기 전까지는 연락이 두절됐습니다. 그런 곳에 위성을 통한 전화를 설치했고, 또 아프리카 국가로는 드물게 대금을 현금 일시불로 받았습니다."

스페인어를 전공한 그는 79년 ㈜대우에 입사해 쭉 수출 일을 맡았다. 90~97년은 콜롬비아 지사장으로 일했다. 97년 대우통신으로 옮겼고, 대우통신에서 교환기 등을 만들던 사업부가 머큐리로 분사하자 새 회사로 옮겨 현재에 이르렀다.

세계 곳곳을 부리나케 다니다보니 이 과정에서 겪은 잊지 못할 경험담도 적지 않다.

"이라크에 갈 때입니다. 비행기로 암만에 도착한 뒤 택시를 대절해 사막 한가운데 있는, 현대건설이 놓은 고속도로를 12시간 달려가야 했습니다. 차가 시속 1백60㎞로 달리는데 운전사가 꾸벅꾸벅 조는 거예요. 보다 못해 운전사는 재우고 제가 직접 운전을 했죠."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여름 한낮에 상대방과 보드카를 들이키며 계약을 성사시켰다.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정작 대학에서 언어를 공부했던 나라 스페인에는 못 가봤다고 한다.

"솔직히 90년대만 해도 우리 장비는 '싼 맛'에 택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애프터서비스가 필요 없을 정도로 우수한 장비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통신장비의 품질을 물으면 이런 대답이 돌아옵니다. '따봉!'"

글=권혁주,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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