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관급공사 늘렸다는데 … 2006년 수주 '0' 지방건설사 수두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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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광주시 소재 중소 건설업체인 D사는 올 들어 한 건의 공사도 수주하지 못했다. 정부가 하반기에 관급공사를 늘리겠다고 했지만 전혀 실감할 수가 없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D사처럼 올 들어 한 건의 공사도 수주하지 못한 광주 소재 건설업체는 120개 회원사의 42%에 달한다. 충북의 경우는 더 심해 350개 회원사의 55%나 된다.

중소 지방 건설사들의 경영 상황이 심상치 않다. 올 들어 건설경기의 부진이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지방 건설사들이 더 큰 충격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부도율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건설업 부도업체 수는 50개였다. 전체 부도업체에서 차지하는 건설업의 비중이 22%에 달했다. 이 비율은 2002년 14.7%에서 올 1~8월엔 19%(누계)로 높아졌다.

건설수주액.건설기성.건설투자 등 건설경기를 나타내는 각종 지표들도 올 들어 줄곧 내리막이다.

특히 지방 건설업체의 상황이 좋지 못하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4~7월 당좌거래가 중지된 160개 건설업체 가운데 지방 업체는 126개로 전체의 79%나 됐다. 또 올 상반기 서울과 경기의 건설수주액은 지난해보다 2.8%와 3.4% 증가했지만 지방업체의 수주액은 오히려 5.4% 감소했다.

지방 건설업체의 경영이 악화되고 있는 것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전국 단위로 시행되면서 집값이 오르지도 않은 지방의 주택시장에까지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또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매년 줄고 있는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건설교통부에 따라면 올해 SOC 투자는 지난해보다 평균 5%가량 줄었다. 부문별 예산은 지난해에 비해 도로가 4.2%, 철도가 6.3%, 공항이 3.9% 각각 감소했다.

또 정부가 공공공사 발주에서 턴키(설계.시공 일괄 방식),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 등 새로운 방식을 도입한 것이 오히려 대형 업체에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각종 공공공사에서 지방업체가 소외됐다는 것이다.

건설산업연구원 강민석 연구위원은 "공공부문의 새로운 수주 방식이 오히려 수도권과 지방의 건설 경기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다"며 "특히 지방에는 수도권과는 차별화된 부동산 규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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