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최승식 기자]
◆사기당한 것도 경영수업=델컴퓨터는 고객의 주문을 받아 생산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자연히 재고가 쌓이지 않았다. 부품이나 완제품의 재고 관리 비용 만큼 가격을 낮췄다.여기에 '최고의 부품만을 사용한다'는 원칙을 지켜 사용자들의 신뢰를 쌓아나갔다. 승승장구한 델컴퓨터의 힘이다. 주연테크도 이와 비슷한 전략을 구사했다. 그는 역설적이게도 사기를 당하면서 '대량 판매'의 힘을 체득했다. 주식분석 소프트웨어 업체인 '주연(株硏.주식연구소)' 를 물려 받아 회사 이름을 '주연(主演)'으로 바꿔 달고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직원 4명과 PC를 조립하던 1992년, 송 사장은 한 공기업의 명함을 든 사람을 만났다. 지방에 건설하는 아파트 50채에 PC를 넣어야 하니 견적을 뽑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송 사장은 "한 달에 PC 한 두 대 팔던 시절이었지만 샘플이 필요하다는 말에 직접 한 대를 승용차에 싣고 고속버스터미널까지 가져다 줬다"고 말했다. 50대 견적까지 내 놓고 연락을 기다렸지만 소식이 없었다. 그는 "기가 막혀 멍하니 앉아 있다가 견적서를 보니 50대 분의 부품을 주문하면 원가가 많이 낮아진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당장 주문을 하고 80만~90만원 짜리 PC를 69만원에 팔았다. 광고도 거의 하지 않았는데 하루에 3~4대씩 팔렸다. 외환위기를 견뎌낸 직후 1998년에는 월 2000대씩 팔았고 1999년 이후 인터넷 붐에 힘입어 월판매량이 1만대를 넘어섰다.
◆한 눈을 팔지 않는다=현주, 삼보 등 경쟁업체들이 쓰러질 때마다 주연테크의 위상은 올라갔다. 송 대표는 "100m 달리기를 할때 앞선 선수가 넘어질 때마다 순위가 올라간 셈이어서 쑥스럽기도 하지만 넘어지지 않는 튼튼한 기초체력을 배양한 것은 보람"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데스크톱 한 가지에만 집중한 것이 주효했다. 스스로 생산량을 조정할 수 없는 OEM(주문자상표 부착)방식의 수출도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느려 보이지만 오히려 가장 빨리 회사를 키울 수 있었다고 송 대표는 설명했다. 그러나 데스크톱 시장이 갈수록 침체돼 주연테크의 성장세를 가로막고 있다. 창사 후 15년동안 은행 빚을 안지고 어음 발행을 안하면서 연속 흑자를 기록한 주연테크가 이 파고를 어떻게 넘어설 것인지도 업계의 관심이다. 송 사장은 "365일 오후 9시까지 전화를 받고 가정방문 서비스를 한다. 외국계 회사가 흉내낼 수 없는 강점"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연간 280만대 수준인 데스크톱 시장이 앞으로 줄어든다 해도 220만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그는 예측했다. 이 가운데 40%를 차지해 10년 안에 매출 1조원을 기록하는 것이 송 대표의 목표다.
글=김창우 기자 <kcwsssk@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 바로잡습니다
9월 26일자 E4면 '주연테크' 기사에서 '365일, 24시간 고객 상담전화를 받는다'는 부분은 '365일 오후 9시까지 전화를 받고 가정방문 서비스를 한다'가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