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독일 첫 여성 총리 메르켈 만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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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얼굴.(左)) 전 대표와 이명박(右) 전 서울시장이 행동반경을 넓히고 있다. 두 사람은 해외 현장을 누비면서 본격적인 '지도자 이미지'를 가다듬는다는 복안이다.

◆ 야당 출신 여성 총리 만나는 박근혜=박 전 대표는 23일 벨기에로 향했다.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고위 관계자를 만난 뒤 독일로 이동해 28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만난다. 6월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첫 해외 순방이다. 그는 미니홈피에 올린 글에서 "독일은 우리나라의 근대화 과정에 많은 역할을 한 나라"라며 "독일에 갈 때 남다른 느낌이 드는 것은 오래전 독일로 가셔서 우리나라를 위해 많은 고통을 감내하셨던 교민들과의 뜻 깊은 만남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당 대표 재직 시절 독일의 아데나워 재단에서 여러 차례 초청을 받았지만 북핵 문제와 피습 등으로 일정이 연기되다 이번에 방문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11월 독일 최초 여성 총리에 오른 메르켈과의 만남에 의미를 두고 있다. 메르켈 총리가 야당 당수 출신이라는 점과 동독 출신이면서도 '우파식 개혁'으로 주목받는 사실에서 자신과 많은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달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이었다.

파독 탄광 근로자와 간호사 출신 교포를 만나는 일정도 있다. 이들과의 만남에선 자연스레 1970년대식 경제 개발에 대한 논의가 있을 예정이다. 박 전 대표는 24~25일 나토 고위관계자와 만난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미국과 성공적으로 공동방위 체제를 운영하고 있는 나토를 통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를 다시 한번 부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 "새로운 에너지 공급 모델 찾겠다"는 이명박=이 전 시장은 다음달 2일부터 5박6일간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한다. 추석 연휴를 반납한 셈이다. 석유와 우라늄 등 자원 강국인 두 나라를 찾아 새로운 에너지 자원 확보 방안을 모색해 보겠다는 뜻에서다. 시장 퇴임 후 첫 해외 방문으로 그가 대선공약으로 선보일 '국가 에너지 비전'을 구체화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앞서 이 전 시장은 23일 19년 전 자신과 대립하던 노조위원장과 만나 "일자리 창출이 가장 중요한 국가적 과제"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87년 현대엔진(현대중공업의 전신) 회장이었던 이 전 시장은 당시 현대 엔진 초대 노조위원이었던 권용목씨를 해고했다. 권씨는 현대그룹 노조 협의회 의장으로 울산의 노동자 총파업을 이끌었다. 이후 민주노총 초대 사무총장을 지낸 극렬 노동운동가였다. 그런 권씨가 이날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뉴라이트 신노동연합' 출범식에서 상임대표가 됐다. 일자리 창출과 노사협력을 기치로 한 우파 노동운동의 길에 뛰어든 것이다. 이 전 시장은 "87년엔 경영자도 노동자도 모두 노사협력에 미숙했다"며 "양쪽이 다 미숙했기에 그냥 충돌하는 길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어 "한번 만났다 헤어진 우리 두 사람이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새로운 장에서 만났다"고 말했다.

권 대표가 "자본가를 적이 아닌 동반자로 봐야 한다. 그래야 일자리가 만들어지는데 왜 그걸 못하나"라고 하자, 이 전 시장은 "사용자와 노동자가 함께 가야 한다. 기업이 살아남아야 일자리가 생긴다"고 화답했다.

강주안.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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