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컵 앞에선 '모래알 미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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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타이거 우즈가 심각한 표정으로 그린에 서 있다. 우즈는 24일 밤 벌어진 싱글 매치플레이에서 이겼지만 통산 전적은 10승2무13패로 승률이 50%도 안 된다. [스트라판 로이터=연합뉴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얼굴에 분노와 수심이 가득하다.

유럽과 미국의 골프 대항전인 라이더컵은 우즈에게도 미스터리다. 골프 세계 최강 미국은 라이더컵에서만은 유럽에 열세를 면치 못한다.

미국은 25일 새벽(한국시간) 끝난 2006 라이더컵에서도 유럽에 졌다. 유럽은 25일 0시 현재 16점을 확보, 승리를 확정했고 3경기에서 앞서고 있다. 2004년에 이은 대승을 눈앞에 뒀다.

미국은 최근 6개 대회에서 1승5패다. 우즈는 이번 대회에서 절치부심했지만 5경기에서 3승2패에 그쳐 팀을 승리로 이끌지 못했다. 통산 승률은 50%도 안 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이 라이더컵에서 약한 이유는 '돈'이라는 해석이 일반적이었다. PGA 투어의 어마어마한 상금에 맛들인 미국 선수들이 명예만을 내건 이 대회에선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분석이었다. 한때 세계 1위였던 데이비드 듀발이 "왜 큰 수익을 올리는 라이더컵이 선수들에게 돈을 주지 않느냐"고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자 언론으로부터 "애국심도 없는 배부른 돼지"라는 욕만 먹었다.

이후 미국 선수들은 이런 비난을 듣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한 수 아래인 유럽 선수들에게 계속 지는 데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을 것이다.

미국 선수들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전원이 전세기를 타고 아일랜드까지 날아가 코스를 답사했다. 답사도 답사지만 팀워크를 다지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우즈는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자신의 전용기가 아닌 비행기를 타는 '희생정신'도 보여줬다. 미국 선수들은 이런 투지를 발휘했지만 그래도 안 됐다.

유럽팀 주장인 이언 우스남(영국)은 "절대 우리가 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때 PGA 투어에서 뛰었던 그는 "미국 선수들은 '룸서비스 플레이어'"라고 조롱했다. 기량도 뛰어나고 열심히 연습하지만 전세기를 타고다니며 호텔에 틀어박혀 혼자 룸서비스 음식을 시켜먹는 모래알 같은 선수들이라는 뜻이다. 반면 유럽 선수들은 한데 어울리고 함께 맥주를 마시며 형제애를 나눈다. 유럽 대표인 폴 맥긴리(아일랜드)는 친구인 대런 클라크(영국)의 부인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메이저대회인 PGA 챔피언십에 불참했을 정도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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