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잡이 외화수입|한국영화 "빈사상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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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마구잡이 외화수입이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폭주외화에 짓눌려 한국영화는 빈사상태에 빠지고 있다.
4월20일 현재 공연윤리위원회 심의를 마친 외화는 모두 76편.
지난해 같은 기간의 54편보다 22편이나 늘어난 40.7%의 폭발적 증가율이다.
수입된 외화중에는 미국직배작품 10편(UIP 6편, 20세기 폭스 2편, 워너브로스 2편)이 포함돼있지만 증가된 22편은 지난해 수입편수의 8.3%에 해당하는 편수다.
이같은 경향이 계속된다면 올 수입편수는 지난해 2백64편보다 70∼80편이 늘어난 3백30편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증가예상되는 70∼80편은 외화수입 완전자유화조치 첫해인 87년의 총수입편수 85편에 거의 육박하는 숫자다.
특히 외화폭주를 이끄는 영화가 홍콩의 폭력물이나 이탈리아등지의 폭력·에로물이어서 청소년등의 정서체계에도 악영향을 크게 미치고 있다.
4월20일까지의 외화폭증에 비해 한국영화는 19편(독립프러덕션 3편제외)이 심의를 마쳐 지난해 25편보다 6편이나 떨어졌다.
현재 등록된 영화사는 모두 1백1개사로 외화수입을 하려면 연간 1편이상 한국영화를 만들어야 하는 의무조항이 있지만 올여름이후 상당수 영화사가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돼 올해 한국영화 제작편수는 격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의무제작을 한다 하더라도 외화가 쌓여있는데다 극장이 부족한 상태에선 날림으로 만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상업적 속성상 돈벌이가 되는 외화를 제쳐두고 애써 한국영화를 만들리가 없기 때문이다.
또 날림제작 현상이 벌어지면 그동안 공공연히 행해진 대명제작이 더욱 극성을 부릴 것으로도 보인다.
더구나 최근 수작으로 평가받은 『오세암』『우묵배미의 사랑』『수탉』등이 훙행참패를 봐 영화업체들의 외화집착 현상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있다.
결국 외화수입 홍수는 극장부족에 따른 흥행의무질서, 폭력물 사태로 인한 청소년에의 악영향, 외화낭비등의 부작용과 함께 무엇보다 한국영화의 앞날을 꺾어놓는데 문제점이 있다.
안그래도 미메이저의 직배, 관객들의 외면등 안팎으로 짓눌려 있는 한국영화가 흥행경쟁에서 떨어지는 외화와 대결해 관객을 불러모으기에는 힘들기 때문이다.
영화평론가 임영씨는 『적은 이익이나마 장사가 된다해서 아무 외화나 마구 돌여오는 것은 종국에는 전체 영화시장의 축소는 물론 한국영화업계에 치명적 상처를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헌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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