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광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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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벌써 잊었는가. 애들이 잘 먹어도 키가 자라지 못하고 노래를 가르쳐주어도 즐겁게 부를 시간이 없었던 그 시절. 햇살 받는 운동장에 10여분만 세워놓고 훈시해도 비실비실 쓰러져서 양호실로 실려가던 그 음지의 아이들, 입시라고 하는 생지옥에서 거의 모두가 사경을 헤매던 그 상황을 정말 어른들은 완전히 잊었는가.
오죽했으면 중학교를 무시험으로, 고등학교를 연합고사제로 바꾸었겠는가. 그런데 그 지옥에 다시 애들을 잡아넣어야겠다는 발상이 부상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그 이유인즉 학력이 하향평준화되어 그런다는 것이다. 이런 말이 과연 근거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은 한참 따져보아야할 일이지만 먼저 자녀를 가진 학부모들에게 이에 대해 물어보자. 자녀들이 배우고 있는 학습내용이 그렇게 수준이 떨어지느냐고. 하기는 과외선생에게만 맡겨놓아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자기아이가 배우는 학습내용이 쉬운것인지 어려운 것인지조차 잘 모르고 있을 것이다.
도대체 나이 열서너살인 그들이 중학교에서 무엇을 더 어떻게 배우면 학습의 질이 높아졌다고 말할것인가. 고매한 학문, 고도의 지식, 첨단의 기술, 아니면 에디슨이나 뉴튼이 해낸 위대한 발명과 발견, 이런것들이라야 하는가.
중학교에서는 그저 고등학교 학습내용을 따라갈 만큼의 기초학력과 시민생활의 기본능력을 길러주면 되는 것이다. 앞으로의 사회에서는 빌어먹으려해도 중등교육수준의 배움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중등교육은 누구나 받아야 할 일반교육에 불과한 것이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고등교육까지도 대중화(Mass education)단계를 넘어 보편화(Universal education)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이런 교육의 공개념이 세계적 추세인 이때 우리나라에서 갑자기 고교입시 부활론을 들고 나오는 것은 일부 학교가 기부금을 받고 보결생을 뽑으려는 속셈이 아닌가하고 벌써부터 학부모들의 의혹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시험으로 소수를 선택한다는 것은 그만큼 다수의 잠재력을 폐기해버리는 결과가 된다는 컷도 감안해야 한다. 혹시 묻혀버릴지도 모를 대기만성 아이들의 능력과 재질을 발굴해서 계발한다는 것은 개인이나 나라를 위해 훨씬 이익이 되는 일이며 그런 점에서도 교육의 기회는 확대돼야지, 결코 축소돼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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