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지휘서신 [전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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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검찰가족 여러분!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국민의 인권옹호와 정의 수호를 위해 진력하고 있는 전국의 검찰가족 여러분에게 충심으로 감사와 격려의 말씀을 드립니다.

최근 대법원장께서 지방법원을 순회하면서 했던 훈시 중에, 검찰의 위상과 역할에 관하여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표현이 포함되어 있어, 여러분과 함께 생각을 나누고자 합니다.

먼저, ‘검사가 조사한 수사기록을 던져 버리라’고 하셨다는데, 비록 재판의 구술주의를 강조하는 차원에서 하신 말씀이라 할지라도 이는 듣기에 민망한 표현이 아닐 수 없습니다.

헌법과 법률에 규정된 대로 국민을 위한 수사 활동을 담당하는 검사가 적법하게 작성하고 법률로 증거능력이 부여된 조서를 무시해버리라는 것으로 잘못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말씀으로서, 안타깝고 유감스럽습니다.

더구나, 변호인의 참여가 보장되어 있고 영상녹화 등에 의하여 투명성과 적법성이 담보되는 검사실 조사를 ‘밀실’ 수사라고 표현하셨다고 한 것에 대하여는, 국민들이 검찰 수사를 어떻게 바라볼지 생각해볼 때 당혹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또한, ‘검사는 수사기록 제출 외에는 아무 역할을 하지 않고, 법정에서 유죄 입증하려고 하지 않는다.’라고 하신 것은, 공판중심주의의 강화에 따라 증거 분리제출 제도를 확대하고 공판검사 수는 물론 그 역량을 대폭 보강하고 있는 검찰의 노력을 도외시한 것으로 아쉬움이 큽니다.

검찰가족 여러분,

일선의 우리 검찰가족들이 대법원장께서 하신 말씀을 전해 듣고 받았을 충격과 실망감을 생각하면, 참으로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공익의 대표자’이며 ‘국민에 대한 봉사기관’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차분히 우리를 반성하고 진정 국민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올바른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사법 정의의 실현과 피의자?피해자의 인권이 조화될 수 있는 객관적 구속기준 정립을 위하여, 현재 진행 중인 연구검토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한편, 검사가 행하는 수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한층 높여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여야 할 것입니다.

검찰에 대한 외부의 비판을 ‘국민의 인권 보호와 정의 실현’이라는 검찰의 사명 완수를 위한 고언으로 여기고, 국민 앞에 겸허한 자세로 임무에 충실할 때, 국민들로부터 마음에서 우러나는 존중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검찰가족 여러분께서는 이번 일과 관련하여 스스로의 품격을 떨어뜨리거나, 법조계 내부에 갈등이 있는 것처럼 비쳐지는 언행으로 국민을 혼란스럽게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처신을 무겁고 신중하게 하여 주시기를 바라며, 국가 사정의 중추로서 흔들림 없이 ‘국민을 위한 대한민국 검찰’ 본연의 임무에 매진하여 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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