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ㆍ2김ㆍ박대행 4자회동/민자갈등 수습책 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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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개혁 적절한 시간필요” 노대통령/“안기부 정치역할 축소” 김영삼씨/당지도체제문제 구체적 거론 안돼
노태우대통령과 민자당의 김영삼ㆍ김종필최고위원,박태준최고위원대행은 17일 낮 청와대에서 오찬을 겸한 4자회동을 갖고 민자당의 내분수습 후의 대책들에 대해 논의했다.
노대통령은 『그동안 여러가지 사소한 오해로 국민들에게 민자당에 마치 내분이나 있는듯 비쳐지게 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하고 『지난 1ㆍ22합당정신으로 돌아가 어떤 어려움이라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자』고 다짐했다.
김영삼최고위원을 포함한 세 최고위원은 노대통령의 이같은 제의를 전폭적으로 수용하고 『앞으로 당이 더욱 결속하여 화합된 면모를 국민에게 보이자』고 다짐함으로써 표면적으로 민자당의 내분은 이날로 수습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에서는 민자당 내분사태과정에서 표출된 당풍쇄신,당의 기강확립문제와 정보ㆍ공작정치문제,당의 개혁정책 추진문제 등 광범하게 거론됐으며 내분으로 인한 당내갈등을 수습하고 당의 단합과 결속을 도모하는 문제들이 논의됐다.
회의에서는 특히 당내분사태로 노대통령과 김영삼최고위원간에 불화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던 점을 고려해 두 사람간의 오해를 씻고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초점이 모아졌으며 따라서 당지도체제문제등은 구체적으로 거론되지 않았다.
김영삼최고위원은 지난번 사태가 계파간의 갈등이나 당권경쟁차원에서 이해돼서는 안되며 훼손된 3당통합정신의 복원과 당풍쇄신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했음을 설명하고 따라서 박철언장관 스타일의 1인독주에 의한 정책결정과정이 당의 기강문란을 초래했다고 지적,당의 중요한 의사결정과정에서 충분한 토론과 보다 많은 참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최고위원은 자신이 거론해온 공작정치문제에 언급,국정이나 당의 정책결정과정에서 정보기관의 정보와 판단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여러 문제를 낳을 소지가 있다며 안기부의 정치적 역할축소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최고위원은 그러나 정치자금내사ㆍ접촉인사추적 및 도청설 등 민주계의원들이 주장한 공작정치유형에 관해 구체적인 언급은 삼가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원론적인 수준에서 강조하는 데 그쳤다.
김최고위원은 개혁의지를 입증하기 위해 보안법개정문제에 대한 보다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전세값폭등ㆍ증시폭락 등 경제ㆍ민생재책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대통령은 3당통합정신을 살려나가기 위해서는 계파간의 당권경쟁보다 화합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3개 계파가 정치안정을 기하기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대통령은 김영삼최고위원의 정보ㆍ공작정치 주장은 일상적 동향파악을 오해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회동에서는 지금까지의 내분이 오해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앞으로 최고위원간의 회동을 자주 가져 상호 허심탄회한 의견교환을 갖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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