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군중 “학살원흉 처단하라”/전택원특파원 네팔서 3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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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교생도 참가… 장관 승용차 파괴등 갈수록 과격화/“왕족은 이미 해외도피” 루머도 나돌아
8주간 계속된 네팔 정국 불안은 15일 10만명의 카트만두시민들이 시위를 벌임으로써 긴장을 더해가고 있다.
이날 시위는 오전 11시 카트만두 콤라트가에 있는 네팔왕립학술원 로열 네팔아카데미에서 정부측과 야당ㆍ재야측간에 민주화개혁안을 놓고 회담을 시작하면서 전개되기 시작했다.
이날 정부ㆍ야당ㆍ재야 회담은 정부측에서 찬드총리를 비롯,외무ㆍ내무ㆍ문교장관등이 합세했고 야당ㆍ재야측에서는 네팔의회당(NCP)ㆍ좌파연합전전(ULF) 각 2명등 4명이 합세했다.
로열 네팔 아카데미에서의 회담이 시작되면서 회담장 밖에는 이미 1백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학살원흉처단』등을 외치면서 시위를 시작했다.
이들 시민들은 20만명의 시위가 있었던 지난 6일 「피의 금요일」 군대발포로 숨진 희생자들데 대한 정부측 책임을 묻는 시위였다.
시위군중속에는 국민학교 2,3학년으로 보이는 헐벗고 새카맣게 탄 어린이들도 함께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보였다. 해가 기울기 시작한 오후 6시쯤부터 회담장인 아카데미 정문의 도로는 거의 군중으로 메워졌다.
붉은 깃발을 흔드는 대학생,정문의 높은 철제대문 위로 올라가서 구호를 외치던 대학생들은 점점 경찰의 경비망를 뚫고 회담장이 있는 본관건물앞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이날 집회는 밤이 깊어갈 수록 일부시민들이 귀가한 반면 1만2천여명의 대학생을 포함,5만명으로 추산되는 집회장의 열기는 더욱 고조되어갔다.
이곳에서 만난 트리부반 국립대학교 법과대학생인 우파디야군(21)은 『판차야트를 해산하면 왕이 권력을 잃을 것으로 우려하여 회담이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생 지도그룹의 한명인 차드루군(22)은 『평소 경찰이 경호하던 로열아카데미에 이렇게 많은 군중이 들어찬 것은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고 말하면서 민주화를 위한 민중의 승리를 확신한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트리부반대학교는 네팔유일의 국립종합대학교로 흔히 카트만두대학으로도 불린다. 이 대학은 20여개 대학으로 결성된 민주연합대학생조직을 주도하고 있다.
시위군중들 사이에서는 네팔의 왕족등 고위층은 거의 대부분 해외로 도피했다는 그럴듯한 소문이 파다했다.
네팔의 고위층은 모두 5백여명의 왕실 또은 국왕과 가까운 왕족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총리의 권력서열이 36위인데 반해 비렌드라국왕의 전용운전수의 서열은 16위에 랭크되어 있을 정도다.
밤이 깊어가면서 시위군중들은 과격해졌다. 이들은 찬드총리의 승용차인 벤츠와 내무장관 승용차인 한국산 스텔라를 완전히 박살냈다.
네팔의 장관들은 한국정부가 무상으로 준 현대자동차인 스텔라 프리마를 전용 승용차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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