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망명학생 조국해안서『자유의 소리』방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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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안녕하십니까. 여기는「자유의 소리」방송국입니다. 우리는 중국대륙에 있는 동포들의 안부가 궁금합니다….』
이 달 말부터「민주여신 호」가 계획하고 있는 첫 방송의 프로그램이다.
민주여신 호는 지난해「북경의 봄」을 주도하다가 6·4천안문 유혈진압에 쫓겨 해외로 망명한 반체제인사들이 프랑스 파리에서 회동, 조직한「민주중국 진선」의 소유로 되어 있다.
민주여신 호는 영국지리조사단이 사용하던 전장 79m의 1천1백40t짜리 중형 선박.
민주중국 진선은 이 배를 몰고 중국으로 가 해외망명중인 자신들이 펼치고 있는 반체제·민주화운동의 실상을 중국에 남아 있는 동포들에게 알려 그들의 민주화욕구를 고무시키는 한편, 중국당국에는 외압을 가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
민주여신호의 선창에는 거대한 여신상이 그려져 있으며 그 위에「민주여신 호」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이와 함께 마스트에는 여신상이 그려진 붉은 색의 대형 기구가 매달려 있다.
최근 이 민주여신 호에는 지난해 중국민주화운동의 학생대표였으며 지금은 민주중국 진선 부의장인 우얼카이시(오이개희)군과 프랑스의 저명 가수 겸 배우인 이브 몽탕 등 이 승선, 샴페인을 터뜨려 축배를 나누었다.
이브 몽탕이 이 자리에 참석한 것은 프랑스 공산당의 대표자격으로였다. 그는 차기 프랑스 대통령으로 출마를 선언해 놓고 있는 정치가이기도 하다.
오이개희 군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중국으로부터 도망쳐 나온 이후 줄곧「그날」저 세상으로 간 동료들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는데 이제 이 배를 타고「내 나라」로 돌아갈 생각하니 기쁘기 그지없다』고 감회를 밝혔다.
그는 이어『나는 홍콩을 경유해 망명생활을 하고 있는데 그곳은 오래 머무를 곳이 못되었기 때문』이라며『나는 어제 겨우 반년 남짓한 망명생활을 하고있으나 홍콩사람들은 1백년동안이나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참석자중 이브 몽탕은『최근 동유럽각국에서 일고 있는 민주화운동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체는「자유유럽」이라는 사설방송국의 역할 때문』이라며『민주여신호도 이를 잘 활용하라』는 충고를 해주었다.
민주중국 진선은 이브 몽탕의 의견을 수용, 당장 이 달 말부터「자유의 소리」라는 사설방송을 하기로 했다.
기자회견 장에서는 체코슬로바키아의 하벨 대통령이 보내 온『평화적인 방법으로 죽의 장막을 깨뜨려라』는 격문이 낭독되었으며 프랑스의 유명가수·철학자 등의 치사가 잇따르기도 했다.
기자들의 최고관심사는 역시 이 배를 구입한 자금 원과 앞으로 중국으로 갔을 경우 승선한 반체제인사들의 안전조치에 관한 문제 등이다.
관계자들은 자금의 출처에 대해서는 함구로 일관하는 한편, 안전에 대한 문제는 전혀 걱정이 없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이 배에 관한 상황은 인공위성을 통해 수시로 세계각국의 TV방송국으로 송출되기 때문에 국제여론이 두려워 중국당국이 섣부른 행동을 취할 수 없을 것이며 만약 그럼에도 구금·체포 등 강경 조치를 취한다면 그때는 전 세계인이 나서 공개 비판하게 될 것』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이날 회견 장에서 주목을 끈 사람들은 2명의 신화통신 기자들이었다.
이들은 파리주재특파원들로 파리생활에 익숙지 못해 생굴을 아직도 먹지 못할 정도였는데『송고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상황을 두고봐야겠다』고 대답했다. <이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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