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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아파트"

중앙일보

입력

분당 정자동의 주상복합아파트 미켈란쉐르빌은 오는 23일 '아름다운 아파트'라는 영예로운 이름을 갖게 된다. 이날 주민들은 800가구가 모은 재활용품으로 KT분당지사 내 아름다운가게 분당이매점에서 특별 판매전을 연다. 수익금은 모두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인다. 집값 비싸기로 유명한 정자동 주상복합아파트 단지에선 미켈란쉐르빌이 처음으로 단독 재활용품 판매 행사를 여는 것이다.

이 아파트 여성회(부녀회)는 지난 5월 일찌감치 아름다운가게 참여를 결정했다.

김정순(58)회장은 "조금만 신경쓰면 이웃을 위해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의견에 임원 10명이 만장일치로 찬성했다"며 "의미있는 일을 하자는 데 반대할 주민이 없을 것으로 확신해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행사는 아파트 입주 3주년이 되는 9월에 열기로 했다. 대부분 이 때 봄·여름 옷은 장롱에 넣고 가을·겨울 옷을 꺼낸다. 동시에 안입는 옷을 정리한다. 재활용 가능한 옷들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은 시기다.

주민들은 재활용품을 많이 모으기 위해 치밀한 준비를 했다. 5월부터 매달 반상회를 통해 주민들에게 '9월 행사'를 알렸다. 쓸만한 물건은 버리지 말고 잘 보관했다가 그 때 내놓길 권했다.

드디어 9월이 왔다. 아파트 입구에 현수막을 내걸고 현관 입구엔 행사 포스터를 붙였다. 지난 4일 각 가구의 우편함에 일제히 '기증보따리'(20kg 쌀부대 크기의 수거 용기)와 기증물품 안내서를 투입했다. 며칠만에 우편함에서 기증보따리 등이 자취를 감췄다. 기증과 관련한 문의가 생활문화지원실(관리사무소)에 잇따랐다. "냉장고를 기증할 수 있냐" "무거운 실내 장식품은 어떻게 옮겨야 하나" 등.

그후 지하 1층 재활용품 창고에 기증보따리가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다. 대형 기증함도 옷·생필품으로 채워졌다.

한 60대 여성주민은 자녀들이 장만해 준 컴퓨터를 기증했다. 그는 "아들이 출근했을 때 잠깐씩 아들 컴퓨터를 쓰면 된다"며 "누군가 싼 값에 이 컴퓨터를 구입해 더 유용하게 쓰면 좋은 거 아니냐"고 했다

이 아파트에 사는 임태희 국회의원(한나라·성남 분당을)과 홍석환 시의원도 재활용 가능한 물품을 여러 점 내놓았다. 신계용·정재영 도의원과 여러 성남시의원들도 동참했다.

여성회 C동 대표 김선주(여·70)씨는 "이번 기회에 당장 안쓰는 물건들을 모아두는 지하 1층의 세대별 창고를 정리할 용기를 냈다"며 "손자가 쓰던 학용품 등을 모두 내놓으려 한다"고 말했다. B동 대표 이현숙(64)씨는 "이런 행사를 해마다 정례적으로 여는 것이 좋겠다"며 "나에겐 쓸모 없지만 다른 사람이 요긴하게 쓸 수 있다면 얼마나 보람된 일이냐"고 반문했다.

이번 미켈란쉐르빌 아름다운 아파트 행사는 주민 문귀영(41)주부의 제안이 계기가 됐다. 문씨는 1년 전부터 아름다운가게서 '활동천사'(판매 자원봉사자)로 활동 중이다. 그는 항상 자신이 사는 아파트 주민들이 '아름다운 나눔의 잔치'에 참여하길 희망했다. 여러 주민들이 재활용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해 큰 힘이 됐다.

C동 총무 권정애(40)주부는 지난 여름방학 중1 딸이 친구들과 재활용품을 모아 직접 파는 일일가게 활동을 지켜봤다. 아이들이 절약정신을 체험하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감사 인미애(48)씨도 6년 전 필리핀에 살 때 교민들이 귀국하면서 쓰던 물건을 이웃에게 싸게 팔던 바자 행사를 여러번 봤다. 자신도 남이 쓰던 물품을 사서 사용한 경험이 있었다.

미켈란쉐르빌 주민들은 이번 행사가 정자동 주상복합아파트촌에 확산되길 소망한다. 23일 특별 판매전에도 이웃이 많이 들러 물건을 사줬으면 한다. 여성회 김 회장은 "이웃 아파트들도 이같은 행사를 열어 정자동이 남을 위한 일에 앞장서는 동네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름다운가게 이명희 매니저는 "분당 주민들은 물건 재활용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며 "분당이매점의 월 매출액은 3000만원 이상으로 아름다운가게 서울본점에 이어 2위"라고 자랑했다.

미켈란쉐르빌의 아름다운가게 행사는 이매역과 가까운 분당이매점에서 23일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이날 주민들은 직접 과자를 굽고 샌드위치를 만들어 판매한다.
031-703-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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