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광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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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요즘 나는 건강을 위해서 운동을 생각하게 됐다. 운동은 학교시절의 체육시간이 경험의 전부이기도 하다. 너무나 엄격한 선생님덕분에 안해본 운동은 없었지만 좋아하게된 운동도 없었다.
조용히 앉아서 책을 보고, 상상하고, 만드는 것이 취미였던 나는 운동에대한 편견마저도 갖고 있었다. 특히 요즘처럼 산에서, 들에서, 바다에서, 어디에서나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의 아름답지 못한 과시욕을 발견할때마다 나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뿐이랴. 운동복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이들을 보면 당혹스럽기까지 했고 끼어들기 어려운 특정운동에 한판 끼어들기위해 굴욕적인 모습을 서슴지않고 내보이는 이들을 곁에서 지켜보기도 민망할 정도였다. 그래서 나는 솔직히 얼마전까지도 운동에 가까이 가려는 생각조차하지 못했다.
그런 나였지만 체력의 한계가 느껴지자 운동을 찾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척수의 전각에 있는 신경세포에서 일어나 근육에 이르는 신경이 운동신경이라는데, 이 운동신경을 몇십년 훈련없이 잠재웠으니 어려운 것은 확실했다. 우선은 신경세포와 근육이 운동을 즐겁게 받아들여 입력시켜야했다. 그리고 연습하고 반복해서 근육이 숙달돼야한다. 어떤 동일한 상황에서 반복되는 운동동작의 숙달에는 상당한 시간의 투자가 필요하고, 그때까지 참고 견디는 끈질긴 인내가 요구된다는 것을 알게됐다.
운동을 취미로 할수있다는 것은 심신에 유익한 것이다. 운동 속에 깃들인 정신을 익히지 못하고 한갓 기능만을 배우게 된다면 그것은 결국 「반쪽 운동」이 아닐까. 나부터 운동에 대한 인식을 바로하여 떳떳하고, 단정하고, 예의바른 운동애호가가 돼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벌써 아득해진 88올림픽의 함성을 되살려 우리 모두 스포츠를 올바르게 배우고 사랑하여 이미 뿌려진 운동의 호기심을 갈 가꾸어 키워나가도록 해야겠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종합운동장이 영원토록 온 국민의 건강을 담은 그릇으로 녹슬지 않도록.
◇알림=「여성광장」 필진이 다음주부터 바뀝니다. 이경자(소설가) 이재우(중앙대교수·교육학) 트로아조(디자이너) 이정자(소비자보호단체협의회 총무)씨가 각4회씩 맡아 집필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집필해주신 윤남경·김성숙·오징자·홍정희씨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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