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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중견기업] 놀부 김순진 회장 … 세계로 가는 '놀부 손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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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서울 양재동에 있는 놀부 본사 김순진(54.사진) 회장실에는 '매사(梅史)'라는 글씨가 쓰여진 액자가 걸려 있다. "무슨 뜻이냐"묻자, 그는 "아는 분이 붙여준 아호(雅號)"라며"추운 겨울을 이겨낸 후 꽃을 피우는 매화의 삶은 나의 인생역정을 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실제로 여러 차례의 어려움을 견뎌내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충남 부여에서 태어난 김 회장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직후부터 장사를 했다. 집에서 키우고 산에서 캔 야채와 나물을 장터에 내다 팔았다.15살 때 서울로 올라왔다. 어린 소녀의 꿈은 야무졌다. 큰 물에서 보란듯이 성공하고 싶었단다. 식당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음식점.옷가게 등을 차렸다.그러나 번번이 실패했다. "지금 생각하면 실패하는 길만 걸었어요. 자금이 부족하다고 목이 안 좋은 자리에 가게를 얻었으니…." 자살하고 싶은 충동이 일었으나 이를 악물었다. "저는 독한 여잡니다. 별종이죠. 포기는 내 사전에 없어요."

1987년 서울 신림동에 '놀부 보쌈'이란 간판을 내 걸었다. 옛 이야기속에 놀부는 인색함과 심술의 상징이지만 사실 놀부는 적극적이고 자립심이 강한 인물이어서 '놀부'라고 지었다.

맛있고 친절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이 늘었고 가맹점을 열어달라는 요청도 들어왔다. 89년 서울 상도동에 가맹 1호점을 냈다. 이젠 더 이상 '장사'가 아니었다.'사업'이었다. 가맹점이 10년만에 284개로 불었다. 외환위기로 가맹점이 줄자 그는 어렵고 힘들때는 '싸고 푸짐한 음식'이 잘 될 것이라고 믿고 7000원짜리 한정식 '놀부집'을 열었다. 품질관리를 제대로 못하는 점포는 닫게했다. 사업이 자리를 잡자 김 회장은 '공부에 대한 한(恨)'을 풀기 시작했다. 마흔이 넘어 검정고시로 중학교.고등학교 졸업자격을 땄다. 그리고 서울보건전문대 전통조리과에 합격해 대학생이 됐다.

이후 우송대 관광경영학과에 편입해 졸업하고 경원대 대학원에서 석사를 받았다.

지난달엔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 가맹점의 효율성 분석' 이란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김 회장은 요즘 일본.중국 등 외국에 놀부 매장을 내는 일에 팔을 걷어 붙이고 있다. 6월 '놀부집항아리갈비' 1호점을 일본 삿포로에 연 것을 시작으로 연내 일본에 20여개 정도의 매장을 열 계획이다.

10월쯤 중국에도 매장을 열 예정이다. 그는 "한류 열풍으로 한국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을 때 해외로 나가 '글로벌 상품'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놀부는 또 이달 초 뮤지컬 '놀부 4인방'에 3억원을 투자하는 것을 계기로 향후 문화사업에도 본격 진출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충북 음성 맹동에 제2공장을 준공하고 경기도 곤지암에 5000평 규모의 물류센터도 완성한다. 김 회장은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돈 내고 와서 음식을 사먹는 손님을 만족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성공의 첫째 요인으로 '고객 중심 경영'을 꼽았다. 또 무차별적 가맹점 확대보다는 가맹점 영업망을 최대한 보장해 주었기에 가맹점 경영이 튼실해졌다고 자평했다.

염태정 기자 <yonnie@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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