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블랙 캡' 뉴욕은 '옐로 캡' … 우리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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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외국에 도착해 공항을 나선 방문객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 중의 하나가 택시입니다. 택시는 도시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세계의 유수한 도시들이 일반 차량과는 쉽게 구분되는 색채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단연 돋보이는 사례가 영국의 택시 블랙 캡(Black Cabs)입니다. 클래식한 디자인의 검은 차체는 운전기사의 친절한 서비스와 함께 런던을 상징하는 주요 요소입니다. 톨보이 스타일로 일컬어지는 이 키높은 검은색 택시는 모자 쓰기가 일상화돼 있던 런던 사람의 거주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디자인됐다고 합니다. 이제는 영국을 대표하는 공공 이미지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뉴욕 하면 우리는 거리를 뒤덮은 노란 택시 행렬을 떠올립니다. 뉴욕의 택시 옐로 캡(Yellow Cabs)은 자동차 스타일은 평범합니다. 하지만 노란색을 칠해 회색 콘크리트와 어두운 철골 빌딩으로 가득한 뉴욕의 어느 곳에서도 눈에 잘 띕니다.

우리는 어떻까요. 전국적으로 20만 대(서울 7만 대)에 달하는 택시는 주변 환경과는 물론 일반 승용차와도 구분하기 쉽지 않습니다. 특별히 색이 지정되지 않은 채 운행되고 있는 우리나라 택시들은 지붕 위의 '택시(TAXI)'라는 표시와 앞면 유리 안쪽에 켜있는 '빈차'라는 빨간 글씨만이 택시임을 알려줍니다. 택시는 그 지역에 익숙지 않은 사람도 먼 거리에서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색채 디자인을 해야 합니다. 오늘날 런던과 뉴욕에서 블랙캡과 옐로캡을 상품화한 기념품이 잘 팔리듯 택시도 시민에게 사랑받는 도시의 상징이 되어야 합니다.

권영걸 한국공공디자인학회 회장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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