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혜걸객원의학전문기자의우리집주치의] 골반 무시하면 골병 들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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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홀대하면 언젠가 앙갚음을 당한다는 세상 이치는 인체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대표적 부위가 골반입니다.

골반이란 엉덩이뼈가 둘러싸고 있는 부위를 말하며 방광과 요도, 자궁과 질, 직장 등 주로 비뇨 생식기 계통의 장기가 몰려 있습니다. 속된 말로 아랫도리라고 부르는 곳이기도 합니다. 골반은 오장육부 중 역할에 비해 가장 과소 평가받고 있는 부위입니다.

하지만 골반을 무시할 경우 나이 들어 상당히 고생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 증세가 요통입니다. 디스크도 아닌데 허리가 끊어질 듯이 아픕니다. 골반이 부실하기 때문입니다. 골반이 취약해 나타나는 질환은 또 있습니다. 남성의 경우 발기부전과 같은 성기능 장애, 여성의 경우 원하지 않을 때 소변을 지리는 요실금이 발생합니다. 치질 등 항문질환도 넓은 의미에선 부실한 골반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처럼 골치 아픈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선 평소 골반을 튼튼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저는 골반체조를 권유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선 먼저 골반에 좋은 자세부터 알아야 합니다. 핵심은 골반을 지탱하는 요추를 가능하면 곧게 펴주는 것입니다.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선 자세입니다. 벽에 등을 대고 설 때 허리와 벽 사이에 생기는 공간이 크면 클수록 나쁜 자세입니다. 가능하면 허리와 벽이 밀착돼 공간이 적게 생기도록 서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배를 앞으로 내밀지 말고 힘을 주어 뒤로 집어넣는 자세를 의식적으로 유지해야 합니다. 앉을 때엔 여러분의 등보다 허리가 등받이에 닿는다는 느낌으로 앉아야 합니다. 즉 엉덩이를 등받이 깊숙이 집어넣고 요추를 곧추 펴야 좋은 자세지요.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비스듬히 앉는 것은 나쁩니다.

누울 땐 무릎을 삼각형으로 세우고 눕도록 합니다. 이렇게 눕게 되면 허리와 바닥 사이의 공간이 적게 생기고 이것이 골반에 좋은 자세입니다. 이러한 자세를 취한 뒤 다음과 같은 행동을 반복합니다.

첫째, 대.소변을 보다 중간에 멈춘다는 느낌으로 요도와 항문 주위 괄약근을 강하게 수축했다 풀어줍니다. 남의 눈에 띄지 않고 언제 어디에서든 간편하게 할 수 있는 훌륭한 골반체조입니다.

둘째, 요추를 C자형으로 굽혔다 일자형으로 펴주는 동작입니다. 서 있거나 앉아 있을 때엔 배는 뒤로 집어넣고 꼬리뼈는 앞으로 밀어낸다는 느낌으로 C자형 요추를 일자형으로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누워있을 땐 삼각형으로 무릎을 세운 뒤 다리에 힘을 줘 엉덩이를 바닥에서 들었다 놓았다 하는 동작을 반복해 주면 됩니다. 말씀드린 동작을 시간 나는 대로 틈틈이 해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골반이 한결 튼튼해질 것입니다.

홍혜걸 객원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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