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남자도 화장을 했다구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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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한국문화원 전시장. 지난 8월 말 ̄9월 초 한국을 방문했다는 안 마리 데루즈(54)씨는 한국의 화장품 관련 유물을 도록과 비교해 가며 세심히 살핀 뒤 말했다. "색깔과 재질이 조화를 이룬 노리개가 가장 눈길을 끕니다. 전통시대 남자들이 화장을 했다는 사실이나, 부부간 사랑과 언약의 정표로 끼는 가락지를 계절에 따라 재료를 달리해 사용했다는 것도 놀랍고요." 파리 한국문화원(원장 모철민)에서 지난 11일 개막해 23일까지 계속되는 '자연을 닮은 아름다움, 한국의 화장문화' 전시회는 해외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한국의 화장품 유물 전시회를 조선일보가 16일 보도했다. 삼국시대 화장품 용기에서부터 일제 강점기 우리 화장품의 대명사였던 '박가분(朴家粉)'에 이르기까지 200여 점의 유물을 전시 중이다. 한-프랑스 수교 200주년 기념으로 마련된 이 전시회는 코리아나화장박물관(관장 유상옥)이 소장한 대표 유물을 선보이고 있다.

50평 규모로 마련된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고구려 안악3호분 벽화에 나오는 향로를 든 시녀상과 단원 김홍도를 비롯해 신윤복.김은호 등 조선후기 이후의 미인도 복제 그림 11점이 관객을 맞는다.

이어 향이나 기름.분을 담는 자그마한 병과 항아리, 쇠뿔로 장식한 화각 경대, 형형색색의 노리개와 비녀, 남성들이 사용하던 경대와 동곳(상투가 풀리지 않게 고정시키는 것) 등에서부터 얼굴을 씻는 원료가 되던 콩과 녹두 팥, 얼굴에 바르는 분의 원료가 되는 쌀이나 분꽃 씨까지도 전시하고 있다. 여인들이 쓰던 장도에 함께 들어 있는 휴대용 소형 젓가락이나, 화장품에 물을 섞을 때 쓰던 분수기(粉水器) 등은 우리나라에서도 보기 어려운 전시품이다.

전시장 마지막 코스는 한국의 전통 천연향 냄새 맡기와 봉숭아 물들이기. 궁중에서 쓰던 향의 기본인 백단향, 신하가 임금을 만날 때 입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사용했던 정향 등을 맡을 수 있다.

11일 개막 이후 하루 평균 100여 명의 프랑스인이 관람했다. 관객과 대화하다 보면 프랑스에서 한국 문화 마니아 층이 생기고 있다는 점도 느낄 수 있었다.

13일 오후 6시(현지 시간)에 열린 '전시 오프닝'에는 프랑스 최대 동양유물 전문박물관인 기메박물관 장-프랑스와 자리즈 관장과 전시 후원사인 에스테덤화장품 장-노엘 토렐 사장, 주철기 주 프랑스 한국대사, 지건길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목조각장 인간문화재 박찬수씨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디지털뉴스dig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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