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클린턴이 대통령이었으면 한반도문제 해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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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전 대통령은 15일 "미국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1년만 더 대통령의 자리에 있었으면 햇볕정책의 틀 속에서 한반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것이었는데 참으로 아쉽다'고 이야기했다"며 "북미관계가 오늘날과 같이 악화된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부산대에서 '21세기와 우리 민족의 미래'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갖고 클린턴 전 대통령과의 비사와 작전통제권 환수.한미동맹.한일관계.통일문제 등 안보 현안 등에 대한 소견을 밝혔다.

◇한미동맹은 안보의 축=그는 "작통권 환수 문제는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하고 이해가 일치해야 한다"며 "우리가 작통권을 갖든 갖지 않든, 6.25전쟁 당시에도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없었지만 미국이 도와줬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작통권 문제는 한국이 단독으로 대응할 힘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막을 사람(한국)이 2012년까지 있어야 한다는데, 나갈 사람(미국)이'네가 잘 할거다'라고 하면 어떻게 하는가. 3년 동안에 사고가 생기면 어떻게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김 전 대통령은 "2012년까지 한국이 방위와 전쟁억지를 할 충분한 힘이 있다고 양측이 합의한 뒤 작통권 환수를 하면 국민들도 안심할 것"이라며 "작통권 문제는 그렇게 생각하면 어떨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반도에 미국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를 지키고 전쟁을 억지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미국이 한반도를 지키고 방위조약을 지켜가는 것은 여러분이 안심하고 생활하는데 필수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미동맹은 북한의 전쟁도발과 주변 강대국의 야망을 억지하는데 결정적인 요소"라며 "우리는 이것을 흔들림없이 지켜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한미동맹은 미국의 동북아시아 이익을 위해서도 중요하다"며 "한미동맹 관계는 굳건히 유지돼야 하고 또 그렇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제일 중요한, 무게있는 우리의 맹방"이라며 "친구로서 할말은 하고 옳은 것은 옳다고 하고, 할말도 해야 한다"며 "과거와 같이 우리가 약소국가가 아닌 만큼 미국도 한국을 제대로 대접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군사동맹은 문자 그대로 공고하게 했더라도 그것을 서로 지키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아니다. 동맹은 신뢰만 가지고는 안되고 이익이 일치해야 한다"며 "미.일.중.러 4대국과 관계를 원만히 해야 하며 독불장군하는 게 자주권이 아니라 '우리하고 이해가 일치한다, 네 말이 맞다'고 하는게 자주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한반도 안보태세를 후방에서 뒷받침하는 일본의 존재도 중요하다"며 "그러므로 한.미.일 공조도 필요하고,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관계도 확고하고 양호하게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의 역사적, 시대적 흐름을 좌우하는게 외교이고, 외교가 너무 중요하다"며 "외교하는 사람이 신이 나서 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국민들이 외교하는 사람을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위폐문제 결단 시급=그는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 해법과 관련,"북한의 위조지폐 문제가 더 이상 6자회담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처리해야 한다"며 "위폐문제를 당분간 보류하든지, 아니면 증거를 명확히 제시해 북한으로 하여금 시정조치를 취하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클린턴 전 대통령은 퇴임 후에 나를 찾아와 '1년만 더 대통령 자리에 있었으면 햇볕정책의 틀 속에서 한반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것이었는데 참으로 아쉽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며 비사(秘史)를 공개했다. 그는"북미관계가 오늘날과 같이 악화된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또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교수 등이 북한핵 문제의 해결책으로 북미협상, 대북제제 반대를 제안한 것을 인용하며 "미국 정부가 이를 적극 수용할 것을 바란다"고 재차 촉구했다.

◇무력통일은 공멸의 길=김 전 대통령은 "국토의 분단 상태가 계속되는 것은 6.25전쟁의 재발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고 다시 전쟁이 일어난다면 핵무기까지 동원될 가능성도 있다"며 "그렇게 되면 우리 민족은 문자 그대로 전멸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전대통령은 따라서 "우리는 베트남식의 무력통일도 배제하고 독일식의 흡수통일도 배제하고 평화통일의 길을 가야 한다"며 "여기까지 가는 데 10년이 걸릴 수도 있고 20년이 걸릴 수도 있으나 아무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는 절대로 문제를 무력을 통해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전 대통령은 21세기 민족번영을 위해 평화통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김 전 대통령은 이어 민주주의 발전, 생산적 복지국가, 문화강국, 교육성공 국가론을 제시한 뒤 "소수의 영재교육을 위해 다수에게 희생을 요구해서는 안되지만 다수를 위한 평준화라는 이름으로 소수의 발전을 가로막아서는 안된다"며 영재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또 21세기를 지식정보화 시대, 세계화 시대, 아시아의 시대, 아프리카가 일어나는 세기, 민주주의 보편화 시대로 규정한 뒤 "다만 아시아 민주주의의 앞날에 걱정되는 것은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격화되는 것이고, 일본이 급격히 우경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용환 기자,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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