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경쟁자 아닌 동반자" 미, 중국 때리기 중단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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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이 13일 위안화 환율 절상을 비롯한 미국의 대중 압박정책 기조가 완화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폴슨 장관은 이날 월스트리트 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미국의 경쟁자가 아니고 동반자며,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는 것보다 중국이 개혁에 실패하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며 "따라서 중국을 때리는(bash) 것보다는 압력(press)을 가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폴슨 장관은 같은 날 재무부 연설에서도 "중국의 경제적 성공이 미국에도 유익하다"며 "단기적으로는 중국과 마찰을 빚는 것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양국관계를 모색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환율 문제는 포괄적 접근 필요"=그의 이날 발언은 취임 후 첫 중국 방문을 앞두고 자신의 중국 정책 구상을 소상히 밝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폴슨은 골드먼삭스 회장 시절 중국을 70여 차례 방문한 '중국통'이다. 지난달 취임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국에 환율을 절상하라는 압박을 가함으로써 미국이 환율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기대를 낳았다. 이에 대해 홍콩 언론들은 "워싱턴 정가의 생리로 볼 때 호랑이 굴로 들어간 토끼는 호랑이로 변할 수밖에 없다"며 그가 전임자보다 정교하면서도 강한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폴슨이 이날 밝힌 정책은 이 같은 예상을 뒤집는 것이다. 그는 위안화 환율 문제에 대해 "위안화 환율 문제는 장기적이며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의회 내의 강한 반중 감정에 대해선 "(그들이) 이번에 내가 중국에 가서 환율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기를 바란다"고까지 언급했다.

이에 대해 WSJ와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미국의 향후 대중 환율 압력이 완화될 것 같다"고 관측했다. 동시에 폴슨이 위안화 환율을 중국에 대한 전반적인 경제개혁이라는 큰 틀 속에 넣어 해결하는 '새로운 접근'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로이터 통신도 "지금까지 부시 행정부가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중국에 위안화 환율 절상을 압박해 왔지만 중국 전문가인 폴슨은 이런 기존 노선을 수정할 것 같다"고 전했다.

◆ 사상 최악의 무역수지 적자=미 상무부가 13일 발표한 7월 무역수지 적자는 680억 달러다. 한 달 적자로는 사상 최대치이고, 블룸버그가 조사한 전문가들의 전망치 655억 달러보다 더 악화된 결과다. 반면 하루 전날 발표된 중국의 8월 무역흑자는 사상 최대인 188억 달러였다. 미국이 중국에 7월 수출한 금액은 51억 달러인 반면 수입은 246억 달러로, 월간 대(對)중국 무역적자는 195억 달러에 달했다. WSJ는 "현재 미 의회는 중국산 수입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이런 무역적자 자료는 미국이 중국을 전방위로 압박할 수 있는 빌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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