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력 치안과 총기사용 확대(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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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신임 내무장관이 26일 전국 시ㆍ도지사및 경찰국장 연석회의를 소집해 시달한 민생치안대책은 현재의 여건에서 당국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망라한 인상을 준다.
우리는 무엇보다 대책에서 나타난 발상의 전환에 주목하고 싶다. 이번 대책은 그동안 당국이 수없이 되풀이해온 「일제소탕」 지시방식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찰인력과 장비의 파출소중심 운영이 그것이다.
경찰의 업무조직을 일선의 범죄예방ㆍ단속에 집중토록 하겠다는 발상이 반드시 새로운 것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우리는 매우 적절한 것으로 보고 기대를 걸고 싶다.
이번 대책은 파출소중심 운영을 위해 구체적으로 경찰국ㆍ경찰서 인력중 3천8백여명을 차출해 파출소에 지원하고 행정차량 1천72대를 역시 파출소에 배치토록 했다. 아울러 24시간 방범순찰ㆍ우범지역 검문검색,대도시 청소년 보호구역 확대,주민자율방범대와 민방위방범순찰조 운영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특히 범죄예방과 검거에 시민들의 협조와 신고를 당부하는 「시민 자경의식」 강조도 일정한 한계안에서는 타당한 처방이라 본다.
이번 대책은 이를테면 민생치안을 위한 당국과 시민의 총력전 체제인 셈이다.
다만 우리가 당부하고자 하는 것은 어떤 시책이나 그렇듯이 실제에서의 집행이다.
과거에도 경찰인력의 파출소중심 운영이 한동안 시도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사람만 늘렸을 뿐 장비와 업무수행 능력의 부족,업무체계상의 모순으로 유야무야돼 원래대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이번의 경우 차량등 장비를 지원하면서 경찰서의 외근 형사에게 담당 파출소를 지정하는 방식을 도입하는등 실효를 거두기 위한 보완책이 눈에 띄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할지는 의문이다.특히 봄철 노사분규나 대학가 시위같은 시국치안 수요가 급증될 때 파출소에 배치한 인력을 민생치안에만 전념토록 그대로 둘 수 있을까.
우리는 일선 방범ㆍ수사경찰력이 방범 수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잡무를 덜어주는 일이 이 대책의 성패를 가름하는 열쇠라 본다. 이 점에서 내무장관이 약속한 파출소 인력의 경비업무 배제등 원칙이 반드시 지켜지기를 바란다.
한가지 염려되는 것은 흉악범에 대한 시민의 자위행위와 경찰관의 직무상 총기사용을 정당방위로 폭넓게 인정키로 한 검찰방침과 관련한 경찰의 업무집행이다. 경찰관의 총기사용이 선의의 피해자를 내는 일이 없도록 각별한 사전대비가 필요하다.
총기사용에 기준이 될 명확한 지침과 위기상황에서 총기를 정확히 사용할 수 있는 평소의 훈련이 시급하다고 본다. 현재처럼 대부분의 경찰관들이 연간 두차례 15발씩의 사격연습을 하는 훈련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본다. 총기 사용이 우리사회의 경찰ㆍ시민ㆍ우범자들 사이에 폭력을 에스컬레이트시키는 또다른 사회불안요인이 될 가능성을 미리 예방하는 보완조치가 병행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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