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총 정치참여 신중해야|아직은 부작용이 더 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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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연초 보수대연합의 정계개편이후 일부 혁신성향의사회운동단체들이 독자적인 재야정당을 결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노동계에서도 정치활동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노총이 중앙및 지방에 정치위원회를 설치하고 지자제선거 참여 여부, 노동계 인사의 선거참여 여부, 외부인물 후보공인제 채택등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노동계층의 정치참여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긍정적으로 본다.
첫째, 유럽이나 일본등의 예에서 볼 때 노조운동이 초기 경제조합주의로 근로자의기본권익이 확대된 후에는 자연히 정치조합주의로 이행하는 것은 역사적 추세라는 점이다.
둘째, 노총등 노동계에서 얘기하듯 근로자및 노동운동을 지원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을 정계로 진출시키는 것은 근로자들의 권익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셋째, 진보성향의 근로계층이 정치활동을 하면서 독자적인 진보정당을 결성할 경우 장기적으론 보혁구도의 양당정치체제를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급 노동단체들이 정치활동을 본격화하기에는 지금이 시기적으로나 여건상으로 보아 적지 않은 부작용이 초래될 수도 있고 소기의 성과달성이 어렵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하지 않나 생각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노동계는 비교적 보수성향의 노총과 혁신성향의 전노협등 법의 조직으로 분열되어 있는 실정이다. 근로자나 국민들은 이 때문에 실질적 대표성에 대한 판단이 어려워 노동계지지를 유보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둘째, 현재 노총이 국내노동계를 사실상 주도하고 있지만 최근 노총위원장 선거전에서 나타났듯 노총산하 1백80만 근로자들이 일견 진보와 보수로 뚜렷이 양분되어 있는 형편이다. 때문에 노총조차 명백한 단일 정치노선을 견지하기 어렵다고 보는 관측이 설득력 있게 나오고 있다.
셋째, 현재 각 정당이나 정치인 모두 근로계층을 대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노총이나 여타노동단체 차원에서 지지 정당과 정치인을 결정한다는 것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결정한다 하더라도 각양각색이 되어 향후 특정 정당에의 참여나 독자적인 노동자 정당 결성에 장애가 초래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현행 노동조합법 상으로는 노조의 정치활동이 금지되어 있다. 개인차원이 아닌 조직차원의 정치활동은 불법이니 만큼 선거참여는 어떤 식으로든 제약받을 수 있다.
따라서 노동계는 정치참여를 본격화하기에 앞서 노동계의 분열을 극복해 정치노선을 정립하고 또 근로자들의 정치적 의견을 민주적으로 수렴할 수 있는 방안을 확립해야 할 것이다.
허우녕 <경기도과천시부림동11의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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