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민들 "이럴 수가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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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포항지역건설노조가 13일 노사 간 임금.단체협약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했으나 부결됐다.

노조는 이날 오후 장흥동 근로자복지회관에서 조합원 2056명이 참가한 가운데 찬반투표를 한 결과 64.4%인 1325명이 반대해 부결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노사교섭이 재개돼 합의하지 않는 한 파업사태는 계속되게 됐다.

◆ 왜 부결됐나=기존 협약의 '노조원 우선 채용 규정'이 잠정합의안에는 '채용 때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차별하지 않는다'로 바뀐 것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이 조항은 노조의 '노무 독점 공급권'을 인정한 것이다. 이 때문에 노조원들은 집행부의 눈 밖에 나면 일거리를 못 받는 등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노조원을 강력하게 결집.통제하는 수단이 됐다.

노조의 홍성필 교육선전부장은 "이 규정이 사라지면 노조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진다"며 "교섭에서 얻은 것이 없다는 노조원의 인식이 팽배해 반대표가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또 주5일제에 따른 토요일 유급휴무 등 노조의 주장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일당도 5000원만 인상되는 등 뚜렷한 소득이 없다는 점도 노조원의 반발을 부른 것으로 분석된다.

사측인 전문건설협의회 박두균 공동대표는 "파업이 더 길어지면 추가로 공사를 포기하거나 부도가 나는 업체도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 노조원 이탈 가속화될 듯=사태의 마무리를 바랐던 노조원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두 달여 동안 임금 500만~1000만원을 받지 못해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조원 황모(52)씨는 "노조 집행부의 강경 노선 때문에 부결됐다"며 "노조원 300여 명이 곧 민주노총을 탈퇴하고 한국노총에 가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잠정합의안에 찬성한 노조원 700여 명 중 상당수는 민주노총에서 한국노총으로 소속을 바꿀 것으로 보여 노조의 분열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현재 500여 명인 현장복귀자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 시민들 비난=죽도시장상인연합회 백남도(56) 회장은 "파업사태가 빨리 해결돼야 지역경제가 나아지지 않겠느냐"며 "정말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상대(45.상업)씨는 "노조의 불법 집회와 시가 행진 등으로 큰 불편을 겪었지만 같은 시민 입장에서 참고 견뎠다"며 "노조가 이런 결정을 할지 몰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항=홍권삼.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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