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미셸 위 "여자대회서 5년 정도 더 배우고 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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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위가 오메가 유러피언 투어 2라운드에서 아이언샷을 한 뒤 공을 보고 있다. 미셸 위는 이 대회에서 최하위로 컷 탈락했다. [AP 자료사진]

"나도 다리에 면도를 하고 치마를 입고 여자대회에 나가겠다."

프랑스의 남자 프로 골퍼 장 방 데 벨드가 최근 한 얘기다. 남자 대회에 종종 출전하는 미셸 위(17.한국이름 위성미)에 대해 일부 남자 선수들이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장 방 데 벨드의 발언은 수준 이하였지만 전반적으로 남자 선수는 여자 선수가 남자대회에 나오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

상위 랭커들은 미셸 위가 나오면 신경이 쓰인다. 미셸 위보다 성적이 좋으면 당연하고 나쁘면 큰 망신이기 때문이다. 2004년 PGA 투어 소니오픈에서 미셸 위보다 성적이 나빴던 아담 스콧(호주)은 "아는 사람들이 미셸 위보다 못 쳤다고 1년 동안 놀리더라"고 말했다.

무명선수들은 적대적이다. 미셸 위가 초청을 받으면 다른 한 선수가 대회에 참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골프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프로 선수 입장에서는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는 것은 실업자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유명 선수들은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억지로라도 "미셸 위 실력이 뛰어나며 골프에 발전이 된다"고 말하지만 하위 랭커들은 좋은 말을 하지 않는다.

언론계의 반감도 있다. 최근 스위스에서 열린 오메가 유러피언 마스터스에서 미셸 위는 "여자대회에 남자 선수가 나가지 못하는데, 남자대회에 여자 선수가 나가는 게 공정한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여자 투어는 이름에 '여자 투어'라고 되어있다. 남자 투어는 남자라는 이름이 없다. 여자가 나갈 수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미셸 위는 멋지게 반박했다.

그러나 최하위권으로 경기를 끝내자 또 비판이 나왔다. "여자대회에서 한 5년 정도 실력을 닦은 후 나오는 게 어떠냐." 미셸 위는 "여자대회에만 나가서는 남자대회에서 어떻게 경기하는지 배울 수 없다"고 역시 멋지게 반격했다.

그러나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는 "스포츠는 정정당당해야 한다. 여성 선수 출전은 가능하지만 출전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예선을 거치지 않고 초청선수로 참가한 미셸 위에 대해 돌려서 지적한 것이다. 사실 흥행 때문에 미셸 위가 특혜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 지적에 대해 미셸 위가 할 말은 없다. 공식적으로 출전자격을 따는 것뿐이다. 미셸 위의 아버지 위병욱씨는 "아직 어린 아이다. 지금은 힘들지만 시간이 되면 타이틀전을 앞둔 프로복서처럼 몸을 만들어서 정당하게 출전자격을 따겠다"고 말했다.

크랑몽타나=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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