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자호텔 9월에 헐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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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난 45년 해방과 함께 주한미군의 숙소 등으로 사용돼온 서울 내자동 내자호텔이 45년만에 반환돼 9월 헐린다. <사진>
일제 때인 1935년 일본 삼국석탄회사의 사원아파트로 건립돼 우리 나라 아파트의 효시인 이 건물이 헐리게 된 것은 교통체증이 심한 인근 사직로를 확장하려는 서울시의 도시계획에 따른 것.
한미 양측은 88년11월 내자호텔 반환에 관한 합의각서를 체결한데 이어 22일『4월2일까지 내자호텔을 한국 측에 반환하고 60일 이내에 이사를 마친다』는 철거일정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화신백화점과 함께 신식건물의 대명사로 숱한 애환을 간직한 내자호텔이 차량홍수에 밀려 탄생 55년만에 그 모습을 영원히 감추게된 것이다.
대지 1천1백90평에 4층 건물(객실 80개)인 내자호텔은 해방과 함께 45년 미군이 진주하면서 미군 장교 및 여군숙소로 바뀌었고 한때 경제원조단 숙소로 이용되기도 했다.
6·25전쟁 기간 중에는 종군기자를 위한 외신기자 클럽으로, 55년부터 3년간은 유엔한국재건위원회 건물로, 61년2월까지는 미국 대외원조기관 (US0M) 건물로 사용되는 등 한국 현대사를 증언하는 중요한 건물이다.
최근 운동권의 반미투쟁과 함께 미국CIA요원들이 머무르고 있다는 확인할 수 없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한편 도로확장 계획 선에 걸리는 내자호텔부지는 6백72평이나 서울시는 호텔 모두를 철거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사직공원에서 이 호텔까지 2백80m 구간의 사직로를 현재의 너비25m에서 35∼50m로 확장할 계획으로 이 일대의 병목현상이 크게 완화될 전망이다. <김 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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